#메이의시시콜콜

벚꽃나무의 꽃망울이 부풀어오르는 걸 보면 제 마음도 서서히 부풀어가요. 자그만 꽃망울이 점점 커지는 걸 보고 있자면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는 모든 것들이 기특해지기도 하죠. 그러다 아파트 앞 홀로 만개한 매화나무가 봄의 절정이 머지 않았다고 일러주는 설레임의 정령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천천히 부풀어오르는 꽃망울, 열어놓은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오는 포근한 봄 바람, 만개한 매화나무. 다양한 봄의 장면을 한 장씩 넘기다보면 어느 날 성큼 연분홍색 꽃잎들이 흐드러지는 봄의 절정이 찾아와요. 그 풍경 아래를 거니는 이들은 누구라도 가던길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 온 세상이 핑크색으로 물든 황홀한 그 장면을 잡아두기 바빠요. 그리고는 꽃을 핑계로 친구에게, 딸에게, 아들에게, 부모님에게, 연인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송하죠. 코트 깃 동여매고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이 종종 걸음으로 행선지를 향해 걷는 발걸음만 가득한 겨울과는 참 대조되는 사랑이 넘치는 계절 같아요.

#써니의시시콜콜

‘역시- 사람은 초록이를 보고 살아야해.’ 요즘들어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에요. 계절의 변화에 무디던 제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어요. 캠핑을 가기 시작하고, 꽃이 피고 짐의 예쁨을 알게된 것도요. 얼마 전 집을 나서는데 계단 옆 시멘트 사이로 민들레 한 송이가 피었더라구요.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이맘때면 늘 그 곳에 홀로 굳세게 피어있던 것 같아요. 꽃도 피기 전이었는데 이파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냥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새로운 계절이 왔구나 싶어서요. 오늘 집에 가는 길에 한 번 더 눈여겨 봐야겠어요. 방금 쏟아진 비에 움츠렸던 꽃봉우리가 피었을지 모르잖아요.

#엘리의시시콜콜

기다리고 기다려 피는 벚꽃과는 달리, 개나리는 저에게 봄의 신호탄 같아요. 모르는 새 곳곳에 노란 꽃망울을 틔운 개나리를 보자면 ‘정말 봄이 시작되었구나’ 하고 실감하게 된답니다. 개나리가 만들어낸 노랑빛 물결과 이제 막 돋아난 연둣빛 풀들, 파란 하늘의 조화가 겨우내 얼어있던 마음을 사르르 녹여 주면서 봄을 준비하라고 알려주는 기분이에요.

개나리의 꽃말은 기대와 희망이래요. 봄의 도입에 찾아오는 꽃이니만큼, 개나리는 성큼 다가온 봄의 기대감과 희망참을 전하는 초대장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지오의시시콜콜

봄비가 내린 뒤 햇살이 가장 좋은 날을 골라 시골 밭에 가요. 부족한 늦잠은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 안에서 보충하고, 잠깐 내린 휴게소에서 일꾼용 에너지도 보충하고요.

노곤해질 때쯤 우리 밭에 도착합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은 봄비와 햇살을 머금어 말랑하게 녹아있어요. 장화를 신고, 적당한 농기구를 나눠들고 흙이 포슬포슬해지도록 땅 엎기를 시작해요. 그러다 굼벵이가 툭 튀어나오면 엄마야!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어느새 쪼그려앉아 잠깐 구경하다가, 나무둥치 가까이에 다시 잘 묻어줍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나면, 벌써 점심시간. 소풍날 도시락 까먹는 기분으로, 집에서부터 챙겨온 새참을 나눠먹어요. 다 식은 찬밥에 상추와 쌈장, 오이고추가 전부지만 꿀맛이에요.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면 밀짚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돗자리 위에 누워봅니다.

살랑이는 봄바람, 촉촉한 흙내음, 새들이 재잘대는 소리도 들려요. 저 멀리서 강아지 짖는 소리도 들리고, 경운기도 지나가네요. 탈탈탈탈... 그렇게 자연을 벗 삼아 낮잠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