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찾아온 불청객

저녁도 거부하고 힘 없이 축 늘어진 1호를 토닥토닥 안아주다 차가운 손에 깜짝 놀라 체온을 재니 38.8도. 심상치 않은 느낌에 ‘침착하자, 침착하자’ 속으로 되뇌며 자가검사키트를 찾았고 결과는 다행히 음성이었다. 구비해둔 해열제를 먹이고 아침이 되자마자 소아과로 향했다. 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신속 항원 검사를 해야 했고, 1호는 아주 선명한 두 줄, 나는 아주 연한 두 줄. 그렇게 우리 둘은 확진자가 되었다. 우리 가정에 기어코 코로나 바이러스가 오고야 만 것이다. 아직 어린 2호와 남편을 코로나로부터 사수하기 위해 그날부터 1호와 나의 격리생활이 시작되었다. 

하루 종일 고열에 시달리던 1호는 그 날 밤 결국 40.2도를 찍고야 말았다. 40.2도, 난생 처음 보는 숫자가 찍힌 빨간색 표시등의 온도계와 눈이 풀려버린 1호 앞에서 손이 벌벌 떨렸다. 해열제를 먹이고 미온수의 수건으로 마사지를 해주고 기도를 하고 또 했다. 걱정과 무서움이 뒤엉켜 내내 뜬눈으로 지새던 긴 밤이 지나고 새벽 6시에 덜덜 떨며 자고 있는 1호가 보였다. 이제는 온 몸이 차가워 온도를 재보니 36도, 이불을 돌돌 감아준 뒤 안아 재웠고 아침 9시가 되어서는 정상 체온으로 올라왔다.  

오랜만에 열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자니 열 때문에 벌벌 떨었던 지난 나날들이 떠올랐다. 열나는 주사로 유명한 폐구균 예방접종을 한 날 밤, 37.9도까지 열이 올랐더랬지. 지금 생각하면 그리 높지 않은 열인데 그때는 얼마나 벌벌 떨었던지. 육아 선배들에게 연락을 돌려 열 내리는 방법을 물어가며 새벽 내내 전정긍긍했었다. 다행히 접종열이라 하루 만에 딱 떨어졌다. 그렇게 1년을 걱정없이 보내다 갑작스레 찾아온 돌 발진. 정말 첫 돌이 지나자마자 거짓말처럼 1호가 아팠다. 아기는 코를 풀지 못하니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 기침을 어찌나 하던지. 자면서도 거세게 기침을 하다 토를 할 정도였으니.. 숨이 다 죽은 배추가 되어서 품에 안겨 잠들던 1호의 모습이 선연하다. 이때 처음으로 가래 뱉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캭-퉤 하고 뱉어 낼 수 만 있으면 덜 힘들텐데…’ 그 다음은 1호의 어린이집에 찾아온 파라바이러스. 당시 유행한 파라바이러스에 소아과 대기 환자들은 수십명이 넘어가고, 찡얼거리는 1호에게 뽀로로 비타민을 쥐어 주며 유모차를 밀면서 어르고 달래던 만삭의 내가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다행히 자택치료가 가능한 시기에 코로나가 찾아왔고, 다행히 함께 확진되어 이렇게 아이와 지낼 수 있지만 자택 치료가 불가했던 날, 아이를 혼자 음압실에 보내야 하는 엄마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 무너지는 마음을 어찌 감당하였을까. 다행히 이 시기에 코로나가 찾아 와주어 아픈 아이를 품에 가득 안을 수 있다. 빨간 반점이 올라온 아이의 얼굴에 사랑을 담아 뽀뽀도 할 수 있다. 내 앞에서 만큼은 아이가 답답한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되고 내 얼굴에 마음껏 기침을 하도록 편히 놔둘 수 있다.

코로나에 걸린 지금, 과거 열과의 사투를 벌이던 지난 날을 떠올리며 ‘그 때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회상할 수 있는 것 처럼 지금 이 순간도 ‘맞아,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이 또한 우리 가정의 성장통 중 하나라고 여기며 이 고난도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 2호와 남편을 사수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건만 결국 네 가족 모두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는 사실…😂😂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24개월 1호와 5개월 차 ����이 2호, 10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