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은 내가 싼 똥을 내 손으로 치운 날이다. 어린 시절 학교 가기 전 아침마다 수채구멍에 남겨진 머리카락을 치우지 못해서 아버지께 혼이 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부모님으로부터 떨어져 신랑과 살림을 시작하게 됐을 때, 이제 정말 독립했구나 자유로워졌구나 생각했는데. 시댁식구들과의 여러가지 일들을 겪고 아기를 낳고 다시 우리의 일상을 회복해가는 과정 속에서 사실 굉장히 아프고 힘들었다. 기존에 신랑이 계약했던 인터넷TV를 나름 저렴하게 보겠다고 타사로 이동하는 등의 개혁을 단행했었는데, 그런 하나부터 열까지 나만의 독단적이고 성급한 결정으로 많은 일들이 꼬이지 않았었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들이 마음에 무거운 짐처럼 느껴졌다. 다시 바로 잡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않아서 더 혼란스러웠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 무엇이 최선일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결국 11월 23일에 기존 인터넷TV로 원상복구 시켰다. 그 동안 신랑이랑 보험문제나 아이돌봄문제 등으로 치열하게 다투고 서로 마음 상하고 눈물도 흘리고 친정으로 도피도 해봤지만, 그래도 우리집이 제일 마음 편하고 이래나 저래나 내 곁에 있는 신랑이 너무 좋고 무엇보다 이제 태어난지 8개월 된 우리 아기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 가정을 어떻게든 예쁘게 지키고 가꿔가는게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것임을 새삼 깊이 느꼈다. 때로 외롭고 슬프고 그래서 화도 나겠지만 늘 그랬듯 때로 기쁘고 감사한 일들도 듬뿍듬뿍 생겨나니까. 나는 그 날이 다시 태어나 진정 자유로워진 내 생일처럼 기쁘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수고했고 앞으로도 잘 해보자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