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상자에서 케이크가 꺼내어지니 두 딸이 불이 나게 달려와
각자의 자리에 앉아요.
딸들: 오늘 누구 생일이야? 아빠: 엄마 생일~
초에 불이 켜지고 아이들은 들썩거리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요.
무슨 소원을 빌어볼까 하는 찰 나 노래가 다 끝나기도 전에
두 딸은 시합이라도 하 듯 초에 불을 꺼버리네요.
남편이 끓여주고 간 미역국은 등원해야 하는 두 딸들 먹이기 바쁘네요.
둘째 등원시키고 첫째 등원 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2000년대 가요를 들어봅니다.

20년 전, 생일 날, 엄마는 그 동안 제대로 된 생일상 한 번 차려 준 적 없다며
대학 진학(좋은 대학도 아닌데요^^;)도 했으니 학교 끝나고 친구들 데려오라고
말씀 하셨어요.
마침 그 날이 겨울방학 소집일 이였기에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 모두 데리고
집으로 왔어요. 엄마는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쌀밥에 미역국, 잡채, 사라다,
갈비, 평소 잘 시켜먹지도 못했던 대 사이즈의 탕수육 까지 준비해 놓으셨더라구요. 친구들과 허겁지겁 먹고 동네 pc방으로 가서 신나게 게임을 했던 예전
추억을 떠올려보았네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니 특별한 날마다 왜 이렇게 엄마 생각이
나는지요. 그렇다고 평소에 엄마하테 살갑게 구는 딸도 아닌데 말이에요.
엄마라서 하고 싶고 먹고 싶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것들을 참아야 할 때가
많다는 사실을 엄마가 되고 나서야 많이 느끼게 되더라구요.
괜한 추억 소환에 엄마 생각하며 눈물 찔끔 하면서도 걸려오는 엄마의 전화에는 또 철없이 툴툴대는 딸이 되네요.
엄마하테는 하지도 못 하는 말.. 사랑해요 엄마♡

ps. 하원하고 돌아온 30개월 둘째.. 제 귓 속에 대고 속삭이네요.
엄마 생일 축하해~ 사랑해~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며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
엄마 엘사 치마 사줘~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