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기분좋은 저녁이에요. 얼마 전 남편과 오랜만에 아파트 앞 산책로를 걷는데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더 이상 차갑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메이의 온기로 다사롭던 편지가 따뜻한 날씨때문이라 착각할 정도였달까요? 아마도 걷는 걸 좋아하는 메이는 이 따스함을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요.

메이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생각했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사무실 창가에 다채로운 꽃들을 정성들여 꽂아두었던 건 그저 예뻐서만은 아니었구나.’하고요. 그 꽃을 보며 메이가 느꼈던 그 향기로움을 우리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던거죠?

저도 메이를 따라, 제 삶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향기로운 것에 대해 떠올려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한 가지를 고를 수가 없더라구요.

이를테면

- 어제보다 오늘 더 잘 그린 듯한 뿌듯한 기분을 주는 드로잉.

-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전 날 보다만 책을 다시 읽으며 발견한 보석같은 구절.

- 캠핑 속에서 마주하는 맑은 공기와 파란 하늘을 보며 받는 마음 치유.

- 각자의 평일을 보낸 후 만난 남편과 나누는 그리움이 묻어나는 주말의 대화.

- 초등학생처럼 유치하게 투닥거리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엄마, 아빠.

- 늘 만날 때마다 '고모-' 하고 부르며 달려와 안기는 사랑해 마지않는 조카들.

나름대로 고심하며 이것도 적었다가 지우고 저것도 적었다가, 결국에는 이렇게 떠오르는 모든 향기로운 것들을 적어버렸네요. 생각보다 멋드러진 향기는 아닌 것 같죠?

글을 쓰면서 자연스레 윤가은 감독이 쓴 '호호호'라는 책이 떠올랐어요. 제 삶의 향기를 말해주는 듯한 책이었거든요.

맞아요. 얼마 전 제가 올맘님들께 소개해드렸던 그 책이에요!

이 책에는 저자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을 때의 이야기가 담겨있는데요. 그녀는 매일 30~40km의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걸으며, '어떤 길이 내가 가야하는 길인가?' '내가 정말 원하는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다고 해요. 누구나 한 번쯤 할 법한 고민이였죠.

그렇게 800km라는 길을 모두 걷고난 후 얻은 그녀의 답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어쩌면 나는 진짜 행복의 모습을 잘 몰랐던 것 같다. 길을 끝까지 걸어서 도착해야만 만날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착각했던 것도 같다. 오랜 시간 걸으며 깨달은 유일한 것이 있다면, 행복은 도착지에 있는 게 아니라 길 위에 있다는 진실이었다."

그리고

"어딘가에 도착하지 않아도, 반드시 누군가가 되지 않아도 좋다. 걷는 동안 행복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멋진 삶이다."

메이는 이 구절들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저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깊은 공감을 느꼈고, 그런의미에서 저는 꽤 멋진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지금 걷고 있는 길가에는 붉은 장미처럼 강렬한 색채와 짙은 향기를 가진 꽃은 없을지라도, 누구나 걸음을 잠시 멈춰 세울만큼 수수한 매력을 가진 민들레와 데이지같은 들꽃들이 가득히 피어있는 길을 걸어가고 있잖아요.

지금 걷고 있는 그 길에서 메이는 어떤 꽃을 보았나요? 꽃을 좋아하는 메이의 길에는 더 다양한 꽃들이 피어있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만나보고 싶은 꽃은 없을까? 오롯이 메이만 걸을 수 있는 그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생각에 메이의 답장이 더욱 기다려져요.

 From. 메이와 함께 걸어보고픈 써니로부터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