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의시시콜콜

여행이 끝나갈 무렵 아쉬운 마음 감출 길 없던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 우리 집이다! 역시 집이 제일 편해-”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람 저 뿐인가요?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짐도 풀지 않고 털썩 쇼파에 누워버리는 순간, 최대치의 아늑함을 느껴요. 집이 저를 폭- 안아주며 무사히 왔느냐고 토닥여주는 것만 같거든요.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는 여행이 늘 반가웠던 시절에서 어느새 집이 제일 편하다고 말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나 봐요. 여러분은 어떤 상황에서 아늑함을 느끼나요?

#써니의시시콜콜

가끔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어요. 그런 날이면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구석진 곳에 주차를 하고 시동을 꺼요.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면 차에서 내리는 대신 운적석의 시트를 끝까지 젖히고 누워요. 조용하고 적막한 그 공간에서 휴대폰은 잠시 조수석에 던지듯 내려놓고, 하루 종일 머릿 속을 어지럽혔던 생각들을 하나, 둘 정리해 나가요. 옆을 지나는 사람들은 이 곳에 나라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신경쓰지 않으며, 갑작스레 누군가가 차문을 열어 나의 이름을 부를 일도 없어요. 안에서 혼자 어떤 말을 해도 아무도 듣지 않죠. 그렇게 온전히 혼자가 되는 순간이에요. 비싼 호텔방도 아니고, 차창 밖으로 수많은 별이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혼자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주 편안한 아늑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엘리의시시콜콜

하루의 마무리로 샤워까지 끝내고 침대 품으로 꼼지락 꼼지락 들어갔을 때 맨살에 바스락 이불이 닿는 그 느낌을 세상 모든 촉감 중에 가장 좋아해요. 투두 리스트로 가득했던 하루의 마지막 할 일이 ‘잠’밖에 남지 않은 상황과, 이를 어서 실행하라며 저를 부르는 이불 동굴 속에서 최고의 아늑함을 느낀답니다. 

이불 속은 그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그 어떤 것의 위협도 없는 저만의 방공호 같아요. 열심히 보낸 오늘에 감사하며, 새로이 시작될 내일을 응원하며 아늑한 이불의 품 속에서 스르륵 눈을 감지요.

#지오의시시콜콜

4살까지 같이 살았던 우리 조카는, 6살이 된 지금도 주말마다 할비할미집에 놀러 와요. 놀이할 때에는 굳이 고모 품에 앉으려고 하구요. 그럼 한 번 꼬옥 안아주고, 뽀뽀도 해주고, 제 무릎 위에 앉혀요. 재잘거리며 노는 아이 냄새도 킁킁 맡아보고, 볼따구도 만지작만지작. 고모가 아무리 귀찮게 해도 저 혼자 놀이에 푹 빠져있던 아이가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보거나, '고모!'하고 부를 때의 눈 맞춤처럼 반짝이는 게 세상에 또 있을까요.

아늑하다, '포근하게 감싸 안기듯 편안한 느낌'이래요. 저는 제가 감싸 안기는 느낌이어야 아늑함을 느낀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와 함께 하는 삶을 살아보니, 내가 누군가를 안아줄 때에 더 충만한 아늑함이 있더라구요.

#데이비드의시시콜콜

찬바람에 코 끝이 시리고 온 몸에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한 겨울.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도착해 조금 뜨겁다시피한 따뜻한 물줄기 아래 몸을 가만히 맡기고 있노라면 하루치의 온기가 다 충전되는 것 같아요. 오늘 하루 누군가에게 서운했던 감정도, 미처 다 하지 못하고 온 일들도 물줄기와 함께 흘러 가버리며 아늑함만 남게 되지요. 따뜻한 물줄기가 주는 온기 덕에 노곤해지면 조급하던 마음의 속도가 비로소 느긋해지며 평온한 밤을 맞이한답니다.

"올맘님들은 어떤 상황에서 아늑함을 느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