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시작과 함께 오롯한 ‘나’만의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사실 작년에도 엄마라는 역할 뒤에 묻어두었던 나를 다시 찾아보리라 다짐했었다. 마침 둘째도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으니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겠다 싶었다. 실상은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집에서 쉬기만 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무기력했다. 늘 떠들썩하던 집이 조용해지자 한없이 마음이 가라앉았고, 하원 후 여전히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아이들과 씨름을 하려면 이때 에너지를 비축해두지 않으면 아니 되었다. 그렇게 나의 다짐은 언제 그런 생각을 했었냐는 듯 흔적도 없이 빠르게 멀어져 갔고, 어느새 새해가 밝아왔다.

첫째는 유치원에 입학을 했고, 둘째도 어린이집 최고형님반이 되었다. 게다가 둘째가 말이 트이며 엄마, 형아와 대화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터무니없이 둘이서 몸싸움을 하던 시간들이 줄어들었고, 같은 공간에서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어쩌다 한 번씩은 짝짜꿍이 맞아 신나게 놀기도 한다. 나에게도 드디어 여유라는 것이 생긴 것이다(!). 물론 5살, 4살 두 아들과 함께하는 하루를 우당탕탕이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지만, 그래도 숨 쉴 구멍 정도는 생겼다. 그렇게 생긴 작은 틈 사이로 살랑 불어온 바람은 많은 걸 바꿔놓았다. 겨우내 땅 밑에서 잠들어 있던 씨앗이 싹을 움트려 꿈틀대는 것처럼 내 마음 깊은 곳에서도 세상 밖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올해야말로 오롯한 나만의 시간을 마련하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해로 만들어 보리라 거듭 다짐했다.

첫 시작은 수영이었다. 작년에 아파트 내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뛰긴 했지만, 혼자서 하다 보니 강제성이 없고 자기합리화를 하게 되어 꾸준히 이어나가기가 어려웠더랬다. 운동은 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답답하던 차, 예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던 수영을 등록했다. 수영복, 수경, 수모를 착용한 어색하기만 한 내 모습과 안경을 벗으면 눈앞의 사물도 분간하기 어려운 시력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아 번번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수영에 드디어 도전하게 된 것이다. 수영 초보반의 국룰인 무난 하디 무난한 검정색 수영복과 투박하지만 기능만큼은 최고인 도수 수경과 함께 나의 수영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아침 7시 수업을 들으려면 6시 20분에는 일어나야 했다. 그만큼 나의 아침은 빨라졌고 활기찬 하루가 시작되었다. 물론 수영을 다녀오면 피곤하긴 하지만, 힘차게 발차기를 하며 물살을 가르다 개운하게 씻고 나왔을 때의 기분은 피곤함과 맞바꾸고도 남을 만큼 좋았다.

마지막으로 지역 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작가와의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마더스올에서 율리아 라는 이름으로 육아 에세이를 꼬박꼬박 쌓아간 덕분에 만들 수 있었던 시작이다. 알게 모르게 찾아온 육아 우울증을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이겨낼 수 있었다면, 이제는 좀 더 잘 써보고 싶고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도 오래도록 글과 함께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곳에서 나는 나이대는 제각각이지만 나와 꼭 같은 마음을 한 여자들을 만난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육아와 주부로 정신없이 살다가 이제는 내 인생의 블록을 차곡차곡 쌓아보고 싶은 사람들. 그 짧은 몇 줄의 글을 쓰면서도 우리는 눈물을 훔치고 공감을 하고 마음과 마음을 맞대며 내면을 치유한다. 한 발짝 용기 내어 집 밖을 나선 덕분에 오롯하게 나 자신인 채로 마음 둘 수 있는 곳이 한 군데 더 생겼다.

엄마, 아내라는 타이틀은 놓을 수도 없고 지금의 나를 보여주는 정체성과도 같지만, 그 중심에는 결국 나 자신을 놓아야 함을 5년 간 엄마로 살아오며 몸소 깨달았다. 내가 살고 싶어서 나를 위한 시간들을 마련한 건데, 이 시간의 끝에서 만난 건 삶에 대한 감사와 긍정이었다. 아무 탈 없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감사하게 되고 열심히 일하는 가장인 남편에게 감사하게 되고 또 이런 마음들을 기꺼이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거창한 무언가에 꼭 도전하지 않아도 좋으니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빛나게 해주는 것, 나에게 활력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나를 알아가는 시시콜콜한 시간은 꼭 필요하다. 당장 답이 떠오르지 않아도 좋다. 오래 품어온 물음표는 결국에는 느낌표가 되니까. 어제도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우리 엄마들 파이팅!

💬 예전부터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바빴던 것 같아요. 집안일과 육아라는 두 개의 공을 혼자서 주고 받다 보면, 나를 챙기는 일은 사치처럼 느껴졌거든요. 두 아이가 기관에 다니게 되었어도 당장은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되더라고요. 시간적인 여유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여유가 필요한 일이었나봐요🙂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저처럼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올맘님도, 예전의 저처럼 아직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신 올맘님도 모두모두 응원해요! 💚

객원 에디터  |  Yulia

꾸럭미 넘치는 20년생, 21년생 연년생 형제와 12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