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 이야기] 7년 전 프랑스 여행을 갔을 때, 조금 속상한 순간들이 있었어요. 언제 또 프랑스에 올 수 있을지 몰라 예쁜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는데 한국에서 야심차게 가져간 옷들이 프랑스에 가서 입어보니 왠지.. 별로 예쁘지 않게 느껴지더라구요. 여행가기 전에 비싼 돈 들여 볼륨매직 쫙- 땡기고 간 머리도 너무 찰싹 달라붙어 오히려 볼품없어 보이는 것 같고, 이 모자말고 다른거 살걸.. 싶은 후회가 들기도 하구요. 그래서 사실 프랑스 여행 다녀온 직후에는 제가 나온 사진을 잘 찾아보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서 우연히 프랑스 여행 때 찍은 사진들을 보게 된 거예요. 그런데 그때 당시에는 너무 못나 보였던 제가, 제 기억보다 훨씬 예쁜 모습으로 사진 속에 있는거 아니겠어요?

몇 살 더 어렸을 때 사진이라 젊음이 그저 예뻐보였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가장 큰 차이는 '추억'이었어요. 그때 못나 보였던 초록색 바람막이도 지금보니 산뜻해보이고, 뚱뚱해보인다고 생각했던 하얀색 탑도 깔끔해보이구요. 모자 쓴 사진은 조금 아쉽긴 한데 자세히 보니 모자가 못 생긴게 아니라, 속상한 마음에 모자를 예쁘게 쓰지 않아서 사진이 이상하게 나온 거였어요. 그렇게 사진을 한 장 한 장 보다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때 나 왜 못났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예쁜데. 다 추억인데. 그냥 이게, 그때 당시의 꾸밈없는 내 모습 그대로인데. 라구요.

그 후로는 어디서 어떤 사진을 찍든 부러 더 예쁘게 나오려고, 더 멋지게 나오려고 꾸며내지 않게 되었어요. 꾸밈없이 지금 내 모습 그대로를 남겨두는게 제일 예쁘고, 멋지고, 좋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지난 5월에 강원도 양양 여행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디저트 사진을 예쁘게 찍으려다 그만 음료를 쏟아버리고 말았어요. 순간적으로 ' 망했다'는 생각에 친구도 저도 잠시 말이 없어졌었는데 제가 얼른 외쳤죠. 괜찮아, 이게 지금의 모습이야. 이대로 멋진 추억이야. 라구요. 그 말이 마치 신비한 마법의 주문이라도 된 것처럼, 친구도 저도 금세 기분이 좋아졌어요. 음료에 푹 적셔진 디저트의 맛도 나쁘지 않았구요😆 어느 누구도 먹어보지 못한 맛을 경험한 거였죠!

그때 찍은 사진인데, 어떤가요? 마침 디저트 그릇이랑 음료 색깔이 잘 어울려서 망친 사진이 아니라 청량한 여름이 그대로 담긴 것처럼 느껴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