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의 여름 추억] 

입추 다음 날 아침 산책길, 높아진 하늘과 볼을 스치는 바람으로 계절이 바뀌어가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여름의 끝이었다. 

절기란 참으로 신기하다. 선선해진 가을 바람에 잠시 반가움이 느껴졌다 이내 저물어가는 여름에 대한 아쉬움이 마음에 진득하다. 사계절은 매년 반복되는데 오고 가는 계절이 뭐라고 이리 아쉽고 반가울꼬.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단연 여름이다. 이렇게 여름이 저물어가는게 아쉬워 글로 끄적거릴만큼 여름을 좋아한다. 왜 여름이 좋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어린 시절에는 눈 앞에 초록색 풍경이 펼쳐지는 게 좋고 맨발로 샌들을 신는 기분이 좋기 때문이라 답하곤 했다. 

올해는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를 자세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딱 그만큼 더 여름의 좋은 점을 선명하게 누리게 되었다. 초여름 연두색의 어린잎으로 시작해 이내 짙은 녹음이 무성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여름은 사계절 중 가장 생명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계절이 아닐까. 피어나는 생명이 주는 싱그러움, 상반기가 주는 희망과 활기의 여름바이브가 좋다. 

맨발로 샌들을 신는 기분도, 수박과 하얀 딱복을 먹는 일, 여름에만 볼 수 있는 파란색, 쨍한 보라빛, 트로피컬한 빨강색의 여름 꽃만이 뿜어내는 색감을 보는 일도 즐겁다. 또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제일 맛있게 느껴지는 계절! 여름노래로 작년에 새로이 추가된 싹쓰리 노래를 내년에도 후내년에도 들으며 여름을 추억하겠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이지만 번외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순간에 마음이 두근거린다. 계절과 계절을 넘어가는 보너스 트랙 같은 느낌이랄까. 짧디 짧은 찰나의 순간이라 더 귀하게 느끼는지도. 늦 봄과 초여름 사이, 아득하게 퍼지는 아카시아향을 맡는 일, 이 순간에만 볼 수 있는 어린잎의 연두빛, 긴 팔과 반바지를 입었을 때 딱 쾌적한 온도가 좋다. ‘계절을 느끼고 살고있다면 마음이 건강한 것’ 이라는 구절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계절의 순간을 놓치지 말고 살아가는 내가 되길, 32살의 여름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