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네 봄 풍경] 봄비가 내린 뒤 햇살이 가장 좋은 날을 골라 시골 밭에 가요. 부족한 늦잠은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차 안에서 보충하고, 잠깐 내린 휴게소에서 일꾼용 에너지도 보충하고요.

노곤해질 때쯤 우리 밭에 도착합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은 봄비와 햇살을 머금어 말랑하게 녹아있어요. 장화를 신고, 적당한 농기구를 나눠들고 흙이 포슬포슬해지도록 땅 엎기를 시작해요. 그러다 굼벵이가 툭 튀어나오면 엄마야!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어느새 쪼그려앉아 잠깐 구경하다가, 나무둥치 가까이에 다시 잘 묻어줍니다.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나면, 벌써 점심시간. 소풍날 도시락 까먹는 기분으로, 집에서부터 챙겨온 새참을 나눠먹어요. 다 식은 찬밥에 상추와 쌈장, 오이고추가 전부지만 꿀맛이에요.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면 밀짚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돗자리 위에 누워봅니다.

살랑이는 봄바람, 촉촉한 흙내음, 새들이 재잘대는 소리도 들려요. 저 멀리서 강아지 짖는 소리도 들리고, 경운기도 지나가네요. 탈탈탈탈... 그렇게 자연을 벗 삼아 낮잠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