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섯 살이 된 마더스올. 그리고 입사 5주년을 맞은 3명의 구성원 브랜드팀의 써니와 물류팀의 수잔, 제로. 그들에게 마더스올에서의 5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인터뷰어: 써니
인터뷰이: 써니, 수잔, 제로

안녕하세요. 우리가 벌써 5주년이라니! 믿기지가 않네요. 마더스올에 처음 왔을 때 기억나요? 어떤 계기로 마더스올에 오게 되었나요? 저부터 먼저 얘기해볼게요.

써니: 제가 원래 살던 곳은 대구였는데 27살 이른 결혼을 하며 남편이 있던 울산으로 가게 됐어요. 자연스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울산에서 구직 생활을 시작했죠. 그 땐 미처 결혼이 구직생활에 걸림돌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어요. (웃음) 나이도 어렸고 당장 임신 계획도 없으니 쉽게 구직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어요.

수없이 면접에서 떨어진 후 자신감을 잃어갈 때쯤 마더스올을 만났어요. 결혼을 흠으로 보지 않고 임신을 하면 어떡하냐고 되묻지 않는 곳. 그냥 ‘나’로 봐준 유일한 곳이었죠. 그 길로 남편에게 대구로 돌아가겠다. 선언하고 그렇게 저는 주말부부가 되었어요.

지금은 기쁘게도 남편이 대구로 직장을 옮겨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했답니다. 보통은 남편 직장을 따라 아내가 이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반대네요. (웃음) 아마 5년간의 직장 생활 중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고, 짧았던 임신 생활을 하는 저를 보며 남편도 느낀 바가 많을 거에요. 직장을 다니며 시험관 시술을 하고, 임신과 출산을 하고 또 육아를 위해 휴직하는 모든 과정을 다른 회사와는 달리 이 곳에서만큼은 응원받을 수 있겠단 걸요.

제로에게는 지원부터 입사까지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들었어요.

제로: 남성육아휴직제도 때문에 꼭 오고 싶었던 회사였어요. 두 번의 지원 끝에 어렵사리 들어왔죠(웃음) 제가 구직을 하던 5년 전만 해도 대구에는 토요일에 격주 출근하는 회사도 많고, 연차도 사용하지 못하는 곳이 참 많았어요. 연차 사용도 못하는데 남성육아휴직이라니 가당치도 않았죠. 그러던 중 마더스올의 공고를 발견하고 놀랐어요. 남성 육아 휴직을 지원한다고? 대구에서, 그것도 작은 규모의 회사가? 남성 육아 휴직을 지원하는 곳이라면 당연히 기본적인 배려를 할 줄 아는 회사일테고, 그렇다면 오래 일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당시엔 결혼도 안 한 청년이 남성 육아휴직을 정말 쓸 수 있냐고 묻는 게 신기했어요. 왜 굳이 남성 육아휴직이었나요? 다른 복지들도 많을텐데요.

제로: 나름의 사연이 있어요. 당시 저는 어린 조카랑 함께 살고 있었어요. 누나가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해야 하는데 어린이집을 구하지 못했거든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형 회사에서는 육아휴직을 반대해서 결국 제가 살던 부모님 집에 조카가 맡겨지게 되었죠. 그렇게 조카와의 동거가 시작됐어요. 조카의 귀여움이 육아의 힘듦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더라구요. 어느 날은 '아 진짜 힘들다. 내 아이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어요. 조카한테 너무 미안했죠. 이 아이도 엄마,아빠와 떨어지고 싶어서 여기 있는게 아니잖아요.

그 때 깨달았어요. 부모의 사랑은 누구도 대신할 순 없다고요. 먼 훗날 결혼을 해 아이를 기르게 된다면, 그때는 꼭 남성육아 휴직을 써서 직접 육아에 동참하겠다고 다짐했죠. 덕분에 마더스올을 만나 이렇게 오래 일하고 있네요.

수잔은요? 첫 만남의 순간이 기억나요?

수잔: 저는 면접을 본 날 바로 느꼈어요! 내가 와야할 곳은 이 곳 이라는 걸요.(웃음) 마더스올과 면접을 보던 날, 오전에 다른 회사에서 면접을 봤어요. 모두들 예상하시는 것처럼 딱딱한 분위기였죠. 물 한잔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하기 급급했던. 그렇게 오전 면접을 망쳤다는 생각을 하며 우울하게 마더스올에 도착했는데, 이곳은 분위기가 달랐어요.

들어오자마자 친절하게 면접 장소로 안내를 해주셨고, 긴장한 제 모습이 보였는지 점심은 무얼 먹었는지, 뭘 타고 왔는지 소소한 대화들로 긴장을 풀어주시더라고요.

면접 도중에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는데요. 저는 의류학과를 전공하고, 관련 직장을 다녔기에 나중에 제 이름을 건 쇼핑몰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했었어요. 면접 말미에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이 곳에서 함께 일할 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꼭 그 꿈을 이루길 바래요. 만약 이곳에서 일하게 된다면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해볼게요. 면접 와주셔서 감사해요.”

어쩌면 면접만으로 잠시 스쳐지나갈 사이였음에도 진심이담긴 응원을 해주시는 걸 보면서 말로 형용하지 못할 감정을 느꼈어요. 그 후 합격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를 정도로 기뻤던 기억이 생생해요. 5년이 지난 지금, 그때보다 더 다정함이 진해지는 걸 보면 역시나 입사하길 참 잘했다 싶어요.

첫 만남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다른 올팀 멤버들 이야기도 들어보고싶네요. 그럼 수잔은 5년 동안 어떤 부분에서 다정함이 더 짙어지는 것 같다고 느꼈나요?

수잔: 여러가지가 많지만 지금 가장 먼저 어버이날 선물이 떠올라요. 대기업도 다녀봤지만 어버이날 선물까지 챙기는 회사는 마더스올이 처음이었어요. 어버이날 선물과 함께 부모님과 외식을 하라고 외식비를 따로 챙겨주잖아요. 지금 와서야 밝히지만 사실 저희 부모님은 회사에서 주는 선물인지도 모르세요.(웃음) 

회사에서 받은 어버이날 선물을 들고 고향으로 갔던 날. "뭘 이런 걸 가지고 오노- 빈 손으로 와도 되는데!" 하며 기쁜 기색이 역력하셔서 차마 회사에서 준 선물이라고 말하지 못했어요. 그후로도 매 년 회사에서 챙겨준 어버이날 선물로 효녀가 될 수 있었죠.

정말 공감해요. 매년 어버이날 선물도 달라지잖아요. 올해는 설화수 화장품 선물세트 어머니용,아버지용 2세트였죠. 회사에서 준 어버이날 선물을 들고 가니 뼈를 묻으라던 부모님이 생각나네요. (웃음) 제로는 어떤 점 때문에 5년이나 다닐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로: 마더스올 구성원하면 모두 다정함, 세심함을 빼놓을 수 없는 것같아요. 마더스올에 오기 전, 제조업의 관리부서에서 근무를 했어요. 일하시는 분들의 대다수가 40~50대 남성이었어요. 그렇다보니 경상도 특유의 거친 말투로 명령조로 업무가 주어진다거나 간혹 거친 말을 들을 때도 있었죠. 사실 그땐 당연한 줄 알았어요. 이 곳에 와서야 당연한 게 아닐 수도 있겠구나 알게 됐어요. 당연히 제가 해야할 일임에도 '제로, 이것 좀 도와줄래요?' 라고 말한다거나 '고마워요.' 라고 덧붙여주는 걸 들으면서요. 어찌 보면 작은 부분일 수 있지만 저에겐 이런 부분이 오랜 기간 함께할 수 있는 큰 이유가 되어준 것 같네요.

써니: 맞아요. 비단 화법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 같아요. 누군가의 성취를 시샘하지 않고 축하해주고 동료에게 더 도움이 되고 싶어서 고민하고 공부하죠. 일하면서 힘들지 않은 순간이 없는 회사가 어딨겠어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머리를 쥐어짜거나 일을 하다 실수를 하는 날이면 혼자 울적해질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 때마다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했니? 질타하는 게 아니라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을까. 같이 원인을 찾아보며 고민해주고 그럴 수 있겠다고 공감해주는 동료들이 있어 아직도 5년이 아닌 벌써 5년이란마음으로 다닐 수 있었어요.

들으면 들을수록 다정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럼 마더스올을 다니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다정한 순간은 무엇이었을까요?

제로: 5년이라는 세월만큼 많은 순간이 스쳐지나가지만 하나를 꼽자면 북토크를 시작할 때 들은 이야기에요. 어느 날 대표님이 물류팀을 불러 함께 책을 읽으면서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떻겠냐 제안 하시더라고요.

‘오랜 기간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를 생각하며 이곳에서 더 많은 걸 얻어 갔으면 좋겠어요. 먼훗날 각자가 무슨 일을 할지 알 수 없지만 함께 읽은 책이 여러분의 미래에 도움이 될 거예요.’

아무래도 물류팀에 있다보니 포장을 하거나 재고를 파악하는 반복되는 업무를 주로 하게 되는데, 만약 내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마더스올을 퇴사하게 되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미래를 상상하면 안개 낀 것처럼 뿌얘서 걱정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받은 제안이 놀랍고 감사했어요. 사실 누군가의 미래는 회사도, 한 회사의 대표도, 팀장도 그 누구도 대신 그려줄 수 없는 것 이잖아요. 일적인 성장 뿐 아니라 한 개인의 성장을 바라고 퇴사 후의 미래까지 생각해주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요.

벌써 북토크를 시작한지도 1년이 넘었네요. 북토크와 함께 다른 배움도 구성원들과 함께 하게 되면서 머리 속 뿌연 안개가 걷혀 해가 뜨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써니: 저는 물류팀 면접을 보던 4년 전의 어느 날이 떠올라요. 초창기 멤버다 보니 이후로 들어오는 멤버들의 면접 모습을 목격하곤 하는데요. 물류팀 구성원을 채용하는 면접이 있던 어느 날이었어요. 당시엔사무실이 작아서 면접만을 위한 공간이 따로 없었어요. 가까운 곳에서 면접이 진행되니 저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우게 되더라고요.(웃음)

여러 사람의 면접이 끝난 후 "두번째 면접자가 책임감이 강해보이시던데요!?" 라고 했죠. 그런데 정말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었어요. '그렇긴 한데 흡연을 하시는 것 같아서 고민이 되네요.' 흡연을 하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마더스올 물류팀은 가재손수건으로 유산균을 포장해야 하잖아요. 아시다시피 손수건과 같은 패브릭에는 냄새가 잘 배요. 아기가 사용할 제품인데, 담배 냄새가 배진 않을까? 라는 이유로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제품을 받아보시는 올맘님과 손수건을 사용할 아가들을 위해 구성원의 흡연 여부를 고려하던 대표님들의 다정함과 세심함이 놀라워 4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 덕분일까요? 마더스올에는 흡연을 하는 구성원이 한 명도 없네요.

수잔: 저도 제로처럼 많은 순간들이 스쳐지나가는데 그래도 하나를 꼽으라면 대표님이 식물을 선물해주신 게 기억나요. 식물을 여태 키워보지도 못했고, 키워보고는 싶지만 혹시나 관리를 잘 못해줘서 죽이면 어쩌나 겁을 내고 있었죠. 이런 제 마음을 읽으셨을까요. 대표님이 물류팀 멤버들에게 얼굴이 그려진 팻말을 꽂아 선물을 해주셨어요. 팻말의 뒷편에는 식물의 이름과 관리법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죠. 그렇게 저희는 식집사의 길로 들어섰어요.

아침에 출근하면 창을 열고 햇볕도 쬐어주고 바람을쐬어주는 걸로 일과를 시작해요. 그동안 수잔나무(아라우카리아) 와 제로나무(몬스테라)도 많이 자라서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해주려고요.

식물을 선물받은 일이 왜 이렇게 다정하게 느껴질까 생각해보면 어쩌면 제가 선물 받은 게 식물이 아니라 새로운 취미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 것 같아요. 특별한 취미 없이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저에게 식물을 기르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거든요. 동료의 작은 일상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새삼 감사해요.

이제부터 다시 5년 후, 우리는 어떤 브랜드가 되어 있을까요? 수줍음 많은 제로의 대답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해볼게요.

제로: 저는 마더스올이 큰 나무같은 브랜드가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선물 받은 제로 나무를 키우며 식물의 성장이 마더스올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씨앗이 싹을 내고, 묘목이 되기까지는 매일 그 변화를 느낄 만큼 성장 속도가 빨라요. 그런데 그 순간이 지나 성목이 되면 이 나무가 자라고 있는지 눈으로 보기에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순간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사이 둘레가 넓어져 있고, 잎이 무성해져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마더스올이 그래요. 제가 지켜본 5년 동안 마더스올은 매달 새로운 고객분들이 찾아와 주시고, 그 덕분에 눈에 띄게 성장했고 많은 분들에게 사랑 받는 브랜드가 되었어요. 앞으로의 5년은 여태까지와 같이 눈에 띄는 성장은 아니지만 올맘님들의 관심과 애정을 자양분 삼아 조금씩 눈에 잘 띄지않는 성장을 매일같이 이어갈 거예요.

하지만 10년이 되는 날, 마더스올을 다시 보았을 때 나뭇잎이 무성하고 둘레는 두 손으로 안을 수 없을 만큼의 든든한 나무가 되어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 날이 왔을 때, 마더스올이란 나무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자양분이 되어주신 올맘님들께 더 큰 그늘막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그러니 오래 오래 저희와 함께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