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HER'S ALL x LIFE
퇴근과 출근 사이. 커피 그리고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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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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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영 돌아가지 않는다. 출근을 하는 평일엔 최소 오전, 오후 커피를 2잔 이상은 마셔줘야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쯤되면 커피를 마시지 못하면 머리 회전이 느려지는 징크스라도 생긴 게 아닐까. 커피와 내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게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새파랗게 어렸던, 그래서 이리저리 갈대처럼 흔들릴 수 밖에 없었던 2015년. 그때 나는 스물 여섯, 대학을 마치고 갓 입사한 신입 사원이었다.
첫 직장은 업무 시간 내내 입 한번 뗄 수 없이 삭막한 기운이 공기 중에 맴돌았고, 화장실 한 번 가기 어려운 곳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 회사 1층 편의점에 들러 팩에 든 아메리카노와 얼음컵을 샀다. 회사에 필요한 존재라는 걸 부단히 증명해야만 했던 시절, 꽝꽝 언 얼음이 담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마음 속으로 빌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실수 없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치게 해 달라고. 그렇게 아침밥 대신 편의점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나날이 몇 년 간 이어졌다.
새파랗게 어려서 흔들렸지만 반짝거렸던 스물 여섯의 신입 사원은 어느새 서른 넷 팀장이 되었다. 스물여섯에서 서른 넷이 되는 동안 팩에 든 아메리카노는 원두 커피가 되었다가, 캡슐커피가 되었다가, 콜드브루가 되었다가, 마침내 핸드드립 커피로 변했다. 원두의 세계는 무궁무진했고, 내 마음에 쏙 드는 원두를 찾았을 땐 작은 행운이라도 발견한 듯 기뻤다.
급기야 집에 있던 원두 그라인더를 회사 탕비실에 가져다 두었다. 그렇게 올팀 구성원들도 직접 내려 마시는 핸드드립 커피에 푹 빠지게 되고, 각기 다른 멤버들이 가져온 원두들이 하나 둘 옹기종기 탕비실 한켠에 모여 앉았다. 아침 8시 50분. 오늘은 무슨 원두로 하루를 시작할까. 날이 꿉꿉하니까 맑고 선명한 프릳츠의 신커피 원두를 마셔볼까나, 이름도 즐거운 여름방학이라는 원두는 골라볼까나. 원두를 고르는 사소한 기쁨과 쪼르르 떨어지는 커피 멍을 때리는 짧은 여유. 커피와 함께하는 하루의 시작은 늘 좋다. 유난히 출근길 발걸음이 가벼운 월요일, 비결은 바로 새로 온 원두! 새 친구를 맛 볼 생각에 기분이 좋아🥰 오늘의 신상 원두는 이미커피라는 브랜드의 원두다. 이미커피에는 매 월 원두의 종류가 달라지는 [Letters from imi] 가 있다. 매 달 새로운 싱글 오리진 커피를 소개하고 ‘커피와 함께하는 시간’ 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란다. 7월의 주제는 “취향합시다.” 읽다 보니 우리 다정통신문 에디터 레터가 떠오른다. 작성자를 에디터라고 표현하는 것도, 매월 전하는 메시지가 달라지는 점도. 비슷한 구석을 발견하곤 혼자 반가웠다😊
어라, 이 가루는 뭐지? 예상치 못한 커피 샘플에 깜짝 놀랐다🙊 커피를 내려 먹다 보면 원두의 분쇄도에 따라 맛 차이가 정말 많이 난다는 걸 알게 된다. 특히 요즘 올팀에서 자주 먹고 있는 약배전으로 볶는 원두는 더더욱. 그뿐인가 핸드드립 커피는 내리는 사람에 따라서도 맛이 천차만별이다. 공들여 볶은 원두를 누구나 맛있게 먹게 하기 위해서, 누가 내려도 맛있는 커피를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에 추출법도 기재해주고, 분쇄도 샘플 까지 붙여준 게다. 분쇄도는 그라인더마다 기종이 달라서 통일된 표기법이 없으니 말이다. ’이 정도 굵기로 갈아주시면 됩니다.’ 자그만 원두 가루에서 이미커피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소비자의 마음으로 산 물건이 도착하고 나면, 생산자의 마음으로 이 물건이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보곤한다. 원두를 갈아서 저 작은 폴리백에 소분하고, 원두를 구입한 구매자 전원의 택배 속에 저 샘플을 하나씩 붙이는 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일지 상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웰컴키트 봉투 안에 매거진, 웰컴레터, 드립백 커피를 넣고 친환경 봉투에 약병을 일일이 넣어주는 물류팀의 손길을 곁에서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 택배 속에서조차 보낸 이의 마음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이미커피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옛말처럼 분쇄도 샘플까지 부착해서 주는 곳이라면 커피에 얼마나 진심인지 안 봐도 알 것 같아서.
우리가 건네는 진심은 짧은 인사 속에서, 수화기 너머 음성으로, 택배 상자 속에서 올맘님들에게 잘 닿고 있을까. 결과만이 아닌 과정까지 살피는 브랜드로 남을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마음 속에 새겨본다. 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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