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네사, 드레스 피팅하러 안 가요?” 

“아직요. 여유 있어요-” 

3월 예식을 앞두고 누구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몇 달 전, 동료들의 물음에 웃으며 대답하던 여유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결혼 준비는 선택에 선택의 연속이었다. 웨딩홀을 보러 다니고 드레스 피팅까지 마치니 이제 결혼 반지를 고를 차례. 평생 함께 하겠다는 상징인 결혼 반지를 고르는 일은 커플링을 고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1. 화려하기보다는 심플할 것
2. 흔하지 않은 디자인일 것
3. 금액이 합리적일 것

나만의 결혼 반지 선택 기준을 정한 후, 상담을 받고 싶은 브랜드 3곳을 선정했다. 3곳을 모두 한 날 방문했는데, 유독 한 브랜드에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더 고민해볼 필요도 없이 단칼에 계약까지 마쳤다. 

언젠가부터 어떤 공간을 방문하게 되면, 그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을 눈여겨 보게 된다. 아마 회사 구성원들과 1년 넘게 함께해 온 브랜딩 스터디가 덕분이리라. 브랜딩 스터디는 쉽게 말해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배우는 것. 어떤 마음 가짐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지, 고객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지 보고 배울 점을 함께 찾는다. 꽤 오랜 기간 많은 브랜드를 보며 깨달은 사실은 브랜드의 분위기와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이 닮았다는 것. 그것은 오프라인 공간일수록 더더욱 눈에 띄기 마련이다.

‘띵동.’ 샵에 도착해 입구의 초인종을 누르니 단정하면서 격식 있는 차림을 한 디자이너 분이 문을 열어 주셨다. 오롯이 집중해서 반지를 고를 수 있도록 한 타임에 1팀만 예약을 받는 곳이었다. 

안내해주신 자리에 착석하자 내 앞에 웰컴드링크가 놓였다. 시원한 웰컴드링크를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다보니 낯설던 공간이 어느새 친근하다. 아마도 웰컴드링크를 내어 주는 그들에게서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리라. 브랜드를 찾아오신 첫 고객님들에게 환대의 의미를 담아 드립백 커피를 전해주는 마더스올의 마음이 떠올라 이곳의 진심이 더 남다르게 보인 건지도 모르겠다. 

인생에 커다란 의미를 가진 결혼 반지를 고르러 이곳까지 와주어 고맙다는 마음과 귀한 아이가 먹는 제품으로 마더스올을 선택해주셔서 고맙다는 마음의 모양새가 비슷하다는 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상담이 시작되고 진열된 제품을 시착해 본 후 마음에 드는 반지 후보를 몇 가지로 추리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상담해주신 분은 우리가 고른 반지를 자연광에서도 확인해보시라며 해가 잘 드는 마당으로 안내해주신 후 자리를 피해주셨다.

바로 앞에 판매자가 있으면 솔직한 의견을 나누기 어려운 마음을 알고 부러 자리를 피해주신 게다. 과도한 칭찬이나 결정을 종용하는 말 대신 다른 샵도 둘러보시고 편하게 결정하시라는 인사와 함께 문 앞까지 배웅해주시는 모든 과정에서 따스한 배려와 환대가 여실히 느껴졌다. 

뒤이어 2곳을 더 방문했지만, 뒤이어 들른 브랜드에서는 딱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다. 반지의 퀄리티가 한 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40년 전통의 쥬얼리샵도 있었고, A/S 조건이 더 좋은 곳도 있었다. 그럼에도 첫번째로 방문한 쥬얼리샵에서 결혼 반지를 맞추게 되었다. 진정성을 가진 브랜드는 조건이 아니라 태도만으로도 마음을 동하게 할 수 있음을 배운 날.

“

유명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많이 팔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의 지향점, 가치와 본질에 공감하는 0.1%의 고객.

우리는 당신을 위해 일합니다.

- 뮤오르의 브랜드 철학

”

그 날 저녁, 침대에 누워 사진첩을 뒤적이며 뮤오르와의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다정한 마음이 담긴 환대와 배려로 내 마음에 들어온 뮤오르처럼, 우리도 올맘님들에게 오롯이 진심을 전하고 싶다. 상담을 통해서, 디자인을 통해서, 배송을 통해서 우리의 마음 가짐이 자연스레 묻어나고 드러날 수 있음을 잊지 말자고 다짐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