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은 또 다른 육출(육아출근) 이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돌아오는 4시부터 밤잠에 들기 전까지 그야말로 전쟁 같은 시간. 이 작은 아이들도 나름대로 평판과 체면을 고려해 사회 생활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하원 후 가장 편한 존재인 엄마를 만나면 긴장이 확 풀린다. 바깥에 발을 딛자마자 아드레날린이 폭발해 미친듯이 우다다 뛰어다니다 피로가 확 몰려오면 짜증을 부리고 결국 친구와 싸우고 울면서 집에 가게 되는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둘째가 어려 유모차와 첫째의 킥보드만 챙겨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어린 둘째는 유모차에서 간식을 야금야금 먹다 지루해 질 때쯤 유모차에서 내려 아장아장 이곳 저곳을 탐방했다. 집에 갈 때쯤 둘째를 다시 유모차에 휙 태우고 첫째만 달래서 데려가면 되었으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둘 중 하나는 유모차에 실려 있으니 한 명만 통제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때는 그것도 참 힘들었는데(···), 돌아보면 그때가 편했다. (당시엔 모르고 훗날에야 깨닫게 되는 육아 매직)

그런데 이제는 둘째도 킥보드를 탄다. 노련하지 못한 둘째가 형아처럼 빨리 달리고 싶어 땡깡을 피울 때면, 아작 날 것 같은 허리를 부여잡고 킥보드를 직접 끌어줘야 했다. 그랬던 시기도 어느새 지나 킥보드를 타고 날아다니는 경지에 이르렀다. 두 아이 모두 킥보드를 날개 삼아 쌩쌩 달린다. 체감속도 시속 30km 쯤은 되어 보이는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킥보드 2개와 어린이집 가방 2개를 챙겨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리다. 금요일이 되면 낮잠이불 2개가 추가되는데, 늘어난 낮잠 이불의 무게만큼 엄마의 인내심은 바닥을 친다.

킥보드만 타주면 참 좋겠는데 왜 우리 아이들은 야외를 집으로 착각하는가. 기어 다니질 않나, 갑자기 바닥에 드러눕질 않나. 하나가 하면 꼭 하나가 따라하니 이제는 마음을 아예 비웠다. 너희들만 즐겁다면 뭐, 매일 목욕시키고 매일 외투도 빨 수 있단다(···). 여하튼 바닥에 드러눕든 기어 다니든 위험하지만 않다면 놀고 싶은 대로 그대로 두는 편이다. 어린이집에서 내내 같이 있었던 친구들 인데도 어찌나 신나게 노는지 보고 있으면 참 귀엽다.

“우리 같이 긴 나뭇가지 찾으러 가볼까?”

“이거 봐, 개미가 엄청 많지.”

“크크크크크 웃기지!”

아이들은 긴 나뭇가지를 구해와 바이올린을 켜기도 하고, 솔방울 모아와 옹기종기 늘어놓기도 하고, 화단에 개미들을 구경하기 바쁘다. 운동기구를 타기도 하고 흔들 벤치에 앉아 그네를 타기도 한다. 오늘은 친구가 가져온 미니카에 흙을 묻이고 세차하는 놀이를 했다. 종종 엄마 아빠 놀이나 결혼 놀이 같은 역할 놀이를 할 때도 있다. 아파트 계단에 쪼르르 앉아 사탕을 먹고, 두둥실 떠다니는 비눗방울을 눈으로 좇으며 즐거워한다. 별 것 아닌 그 짧은 한 두시간 동안 아이들의 얼굴엔 행복이 걸려있다. 물론 엄마들도 즐겁게 미뤄둔 수다를 떨기도 하지만 아직은 아이들 쫓아다니기 바쁘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집에 가야 할 신호다. 피곤이 몰려옴과 동시에 배고픔이 시작되면 아이들이 예민해지고 싸우기도 하면서 집에 가기 싫어! 를 외치며 울부짖는다는 걸 그 자리에 있는 엄마들은 다 안다. 한 아이의 울음을 신호탄 삼아 집에 갈 채비를 한다. 노는 것 참 좋아하는 우리 아들들 덕분에 많이 단호해졌다. 집에 갈 때는 칼 같이 가야 한다는 그간의 경험으로 체득했다. 예전에는 간식을 빌미 삼아 슈퍼에 가자고 구슬려 간신히 돌아가기도 하고, 어느 날은 결국엔 화를 내며 인상을 찌푸린 채 돌아가는 날도 많았다. 사실 요즘도 종종 화를 낼 때가 있지만, 예전보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나도 요령이 생겼고, 아이들도 루틴이 생긴 덕분이리라. 어린이집 갔다가 놀고 돌아오면 씻기, 저녁 먹고 놀다가 양치하고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방에 오면 책을 읽고 기도하고 자는 것.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한여름에도 땡볕에서 2시간을 놀았으니 이번 겨울에도 꽁꽁 무장하고 2시간을 놀겠지.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해가 내리 쬐어도 미세먼지가 둥둥 떠다녀도 아랑곳 않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햇살에 잘 마른 빨래처럼 구김이 없다. 이 글을 쓰며 깨닫는다. 하원 전쟁은 사실 아이들에게는 하원 행복이라는 걸. 앞으로도 건강하고 신나게만 뛰어 놀자 행복반 친구들아.

“엄마, 이렇게 하면 기분이 좋아져. 같이 해보자.” 요즘 저희 아이들은 물구나무서기에 빠졌어요 🤣🤣🤣

💬 올맘님네 아이들은 하원 후 집으로 가기까지 얼마나 걸리나요? 이제 슬슬 날도 추워지는데 한여름보다는 일찍 귀가해주려나요..? 🤣🤣🤣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42개월 1호와 22개월 차 ����이 2호, 11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