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레터 초대장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우리가 처음 만난 3월이 기억나나요? 그때 우린 면접관과 구직자로 만났었죠. 분홍색 가디건을 입고 눈꼬리가 내려가 유순해 보였던 써니의 첫 인상이 기억나요. 그리곤 팀장과 팀원으로 인연을 맺고 꼬박 2년을 함께 일하다가 써니가 결혼을 하면서 타지로 내려가게 되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잖아요. 그즈음에 저도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죠. 그래도 그 시절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던 것인지 회사라는 공통 분모가 사라졌어도 종종 안부를 묻고 이따끔 만나 맛있는 식사를 하곤 했었죠. 그러다 또 이렇게 인연이 닿아 마더스올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다시 만나 4년째 함께 일을 하고 있네요.

회사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사적인 영역도 꽤 많이 겹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년부터는 ‘목요일의글쓰기’ 라는 글쓰기 계모임을 만들어서 한 가지 주제로 매주 짧은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잖아요. 매 주 목요일 서로의 글을 비밀스레 펼쳐볼때면 그 옛날 친구와 교환 일기를 주고 받던 게 생각나더라구요. 아무리 가깝고 대화를 많이 하는 사이더라도 확실히 글을 통해서만 공유할 수 있는 그 사람의 감성이나 내면의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마음이 담긴 글이 주는 힘이 참 크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었고요.

이렇게 각자의 시간이 담긴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누다보니 어느덧 브랜드 컨텐츠로 서로에게 쓰는 편지를 연재하게 되었네요. 속절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잠시 멈춰 호흡을 가다듬고 사는 얘기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자리가 생겨 기뻐요. 때로는 사소해서 잔잔하고, 때론 무거워 마음 뒤편에 묻어둘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써니에게, 올맘님들에게 편지라는 이름을 빌려 전해보려해요-!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메이] 첫 번째 이브닝레터 - 기다리는 마음

써니, 어제가 벌써 입춘이었답니다. 창가 테이블에 놓인 산당화가 처음 왔을 땐 얼굴을 꽁꽁 감춘 꽃망울 이였다가 하루 지나 빼꼼 얼굴을 내미는가 싶더니 어느새 무장해제를 하고 해사한 웃음을 보여주네요 :) 꽃잎 하나에 겨우내 뻣뻣해진 마음이 누그러지는 순간이었어요.

회의실 옆에 자리한 은엽 아카시아도 노란 별 같은 꽃망울을 터뜨렸답니다. 어찌나 작고 귀여운지 자세히 보지 않고 스쳐 지나갔다면 발견하지 못했을거에요. 작디 작은 꽃에서도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신비란... ! 계절마다 꽃이 피고 지고 반복하는 걸 우리는 수도 없이 봤을텐데, 볼 때마다 마음이 벅차오르는 건 왜 일까요? 해가 머무는 시간도 꽤 길어져 깜깜하던 퇴근길이 환해졌더라구요. 봄을 알리는 기운이 이렇게나 지천에 널려있었네요.

’만약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꺼야’ 어린 왕자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잖아요.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건 싱싱한 설렘을 동반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봄을 기다리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환해지는 걸 보면요! 환한 마음이 피어남과 동시에 무언가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을 마지막으로 가져본 게 언제인가 곱씹어 보았어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릴 때는 어린이날도 크리스마스도 수학여행도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도 설레는 기다림이 가득하잖아요. 수능, 대학 입학, 취업 준비, 취업, 승진, 결혼 등 인생에서 큰 이벤트를 차례로 겪고 나니 어느새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지도, 설레어하지도 않는 사람이 되었더라고요. 그렇게 저도 모르는 사이, 천천히 일상이 회색빛으로 물들어갔던 것 같아요.

분명 저는 건강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좋아하는 회사에서 좋은 동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이보다 더 평탄할 수 없는 감사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말이죠. 어쩌면 ‘사회에서 내 자리가 없으면 어쩌지’ 불안해 하던 대학생 시절의 메이가, 취직 후엔 ‘이건 내가 상상한 직장인의 모습이 아닌데...’ 라며 혼란스러워하던 20대 중반의 메이가 더 풍부한 감정을 느끼며 다채로운 일상을 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문득 멈춰서 돌아보니 취미도 취향도 없는 무채색의 단조로운 인간이 하나 서있는데 그 시작이 언제였는지도 까무룩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그러던 와중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줬던 구절이 있어요.

- 늘 바쁘기만 하다가 '아차!' 하는 순간들의 연속인 오늘. 이런 '오늘'이 쌓여서 결국 허망한 세월을 이루고 있는 게 아닌가.

- 감탄하지 않으면 늙어버린다.

잡초 속에 핀 풀꽃 한 송이, 물가에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 두둥실 떠 가는 구름 조각들, 아름다운 저녁 노을. 가슴을 열고 보면 어디 감탄할 거리가 한 두가지냐며. 감탄할 때 우리의 행복이 곱절이 된다고 하면서요.

저는 잠깐 멍 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20대의 메이는 길 가에 핀 꽃 한 송이를 보고도, 푸릇푸릇한 나무 한 그루를 보고도 “우와- 예쁘다” 며 호들갑을 떨어 댔었거든요. 어느새 하늘 한 번도 안 보고 지나가는 하루들이 쌓여 지나가는 풍경들도 흘려 보내는 사람이 되었나 생각하니 허망하기 이를 데가 없더라고요. 맞아요, 감탄하지 않아서 제 마음이 늙어버린거죠.

우리가 마더스올에서 함께 하기 전에 같이 다닌 회사 기억나나요? 지하철 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가면 바로 회사 빌딩으로 이어졌잖아요. 대각선 반대편의 5번 출구로 나가면 회사까지 빙 둘러가야하지만 출구 바로 앞에 벚꽃 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답니다. 써니와 만나기 전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사원이던 20대의 메이는 매일 아침 그 나무를 한 번 보겠다고 모두가 바쁜 출근길 아침 5번 출구로 빙 둘러가곤 했어요. 팝콘처럼 피어난 벚꽃을 마음에 품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재촉하며 시무룩한 얼굴로 출근하곤 했더랬죠. 써니와 만난 이후의 메이는 일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 잘 상상이 안 가죠? 첫 일 년은 출근이 너무 괴로워서 속으로 사표를 쓸까 말까 수십 번도 더 고민했었던, 그런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답니다.

벚꽃 나무 한 그루 보고 마음을 데웠던, 무엇이든 쉽게 감탄하던 메이가 그립더라고요. 요즘은 부러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도 창문 너머 하늘도 한 번 바라봤다가 출퇴근 길에도 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새로 생긴 가게가 있으면 기웃거려보기도 하고 근처 유치원의 꼬꼬마들이 재잘재잘 손을 꼭 붙잡고 산책을 하는 걸 구경하기도 하고 길가에 핀 꽃을 한 번 더 바라보곤 한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에서 ‘계절을 느끼고 살고 있다면 마음이 건강한 것’ 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요. 사실 바쁘다 바빠-!를 외치는 현대사회에서 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계절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잖아요? 볼을 스치는 바람에서, 한층 밝아진 퇴근길 하늘에서, 꿈틀꿈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꽃망울에서 다가오는 봄을 미리 마중 해보면 어떨까요? 일상을 따뜻한 빛깔로 물들이려면 사소한 걸 사소하게 흘려보내지 않는 눈이 꼭 필요하더라구요. 써니의 일상은 무슨 빛깔인가요? 요즘 무엇을 기다리고 있고, 어떻게 계절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