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라더니 올해는 참 비가 안 오는 것 같아요. 비는 안 오고 내내 흐리기만 하다 오랜만에 환하고 맑은 하늘이에요. 햇살 한 번 쬐었다고 몸과 마음이 뽀송해진 것 같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참 날씨를 많이 타는 것 같네요 :-)

벌써 써니에게 편지를 받은 지 한 달 가까이 지났더라고요. 정말이지 시간이 제일 아깝고 제일 무서워요. 최근 한 달은 썸머파티를 준비하고 치뤄내고 행사는 끝났지만 행사 관련 남은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쏜살같이 지나갔네요. 바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 답장을 차일 피일 미뤘어요. 편지를 주고 받을 때 만큼은 차분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쓰고 싶었거든요.

선물에 묻은 마음의 티끌이라.. 저는 기브앤 테이크를 따져가며 선물을 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저도 티끌 하나 없는 마음으로 선물을 건네는 게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사회에 나가기 전 학생 신분으로 만난 막역한 시절 인연들. 누구나 있잖아요? 살아가는 모양새가 달라져서 서서히 멀어지거나, 사는 게 바빠 오래 보지 못해 자연스레 멀어져 아련한 기억으로 남은 옛 인연들이요. 마음 한 켠에 고이 넣어두고 종종 추억 하긴 하지만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을 때, 생일 선물을 건네기가 참 망설여지더라고요. 비록 꽤 오래 못 봤지만 생일을 핑계로 기프티콘이라도 보내면서 안부를 묻고 싶었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나의 의도를 오해하진 않을까? 어색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만든 마음의 티끌은 점점 커져만 갔고 결국은 말 없이 지나쳤던 인연들이 생각나네요.

어떤 오해냐구요? 흔히들 결혼 적령기라고 하죠. 그 시기엔 오랜만에 연락을 하면 혹시나 결혼식에 와 달라고 연락을 했냐는 오해를 받는 게 싫었어요. 저 역시도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라면 ‘혹 시 너도 ….?’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당시에 친구들끼리 오랜만에 연락 와서 머릿수 채우려고 청첩장 주는 거 너무 싫지 않냐며! 그런 얘기들을 많이 주고 받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농담 삼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한테 연락을 할 땐 1. 결혼 안함. 2. 다단계 아님 3. 종교 권유 아님 이라는 안전장치(?) 를 말미에 붙이곤 했었죠.

써니가 아는 선물을 자주 건네는 메이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모습이랍니다. (웃음) 경조사는 잊지 않고 꼭 챙기는 편이긴 했지만, 지금보다 어렸던 메이는 아무 날도 아닌 날 ‘네 생각 나서 샀다.’ 며 조그만 선물 하나 건네는 걸 참 쑥쓰러워하는 사람이었어요. 운이 좋게도 제 주변에는 다정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아무 이유 없이 오늘 날씨가 너무 덥다며 시원한 빙수 먹으라며 설빙 기프티콘을 챙겨주는 다정한 친구가, 아무 이유 없이 제가 좋아하는 밀크티와 꽃 몇 송이 주섬주섬 챙겨서 집 앞에 놓아주고 가는 다정한 언니도, 아무 이유 없이 막걸리 덕후인 제가 생각나 수제 막걸리를 만들어왔다며 건네는 다정한 동생이 있었죠. 이유 없이 제 앞에 선물을 놓고 간 수많은 마음들이 있었어요. 이런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제가 받은 마음들을 돌려주고 싶어 그들을 따라하다가 지금의 메이가 되었네요.

이 자리를 빌어서 써니가 얼마 전에 제 생각이 났다며 사다 준 귀걸이와 목걸이, 몸빼 바지도 다시 한 번 고마워요! 우리 같이 제주도에 갔을 적 디앤디파트먼트 편집샵에서 제가 몸빼 바지를 만지작거리다 생각보다 비싸서 슬며시 내려 놓았던 걸 기억하고 사다 준 거죠? (웃음)

써니의 지난 편지 속 남편을 만나기 전 되뇌는 문장을 보곤 웃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문 열기 전에 생각합시다.” 써니의 결혼생활을 자주 들어서 인지 현관으로 들어서기 전 주문 같은 문장을 외치며 마음을 가다듬는 써니의 모습이 눈 앞에 너무 잘 그려져서요. (웃음)

저의 가다듬고 싶은 마음이 궁금하댔죠? 제일 가다듬고 싶은 마음은 조급하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이에요. 써니가 알다시피 제가 성격이 좀 많이 (웃음) 급하잖아요. 엄마, 아빠의 울타리 속에서 내 생각만 하면 되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다양한 역할이 생겨나고 할 일은 배로 많아지면서 요즘은 마음이 자꾸 오르락 내리락 해요. 누군가의 딸, 며느리, 엄마, 아내, 직장 등 다양한 역할을 가지고 살아가는 수많은 올맘님들은 마음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가고 있는지 내심 궁금해지네요. 무튼 점점 많아지는 역할들과 급한 성격의 콜라보가 빚어낸 최근의 메이는 어딘가에서 째깍 째깍 초침이 들리면서 자꾸만 마음이 조급해지고, 마음의 빈 공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타인에게 인색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얼마 전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뜨끔 했지 뭐에요.

그러던 중 남편과 예약제로 한 팀에게만 정원을 빌려주는 카페에 간 적이 있어요. 그 곳은 다양한 새들이 참 많이 드나드는 카페였어요. 새 소리가 어쩜 이리 맑고 예쁠까- 그런 얘기를 하던 도중이었죠. 문득 실내 공간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통 유리창에 하얀색 점박이 스티커가 일정한 간격으로 붙은 게 보이더라고요. 새가 유리인 줄 모르고 박아서 행여나 다칠까 붙여 놓으신 스티커 같더라고요.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구나 하며 정원 곳곳을 둘러보니 길냥이들을 위한 쉼터도 보이고 곳곳에 동물과 사람을 위한 다정함이 베어있더라고요. 

그 곳에서 사장님과 꽃에 대한 얘기도 도란도란 나누고 집으로 돌아가려 가방을 챙기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리라며 가위를 가져와 정원의 꽃을 두세송이 잘라 손에 쥐어 주시며 문 앞까지 배웅을 해주시더라고요. 나도 누군가 에게 저렇게 넉넉하고 여유롭고 온화한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받은 꽃은 날이 더워 손바닥의 열기로 혹여나 시들새라 손가락으로 살포시 잡고 와 숙소에 꽂아 두었어요. 여행 내내 다정하고 여유로운 사장님의 마음이 저를 따라다니는 것 같았죠.

말씨마저 온화하고 차분한 그 분들을 보다가 제 모습을 보니 몸짓에서부터 바쁘다 바빠-! 가 드러나는 조급한 사람인 것 같아 좀 부끄러워지더라고요. 우리가 함께 다닌 옛 직장에서 다른 부서 사람들마저 제 키보드 소리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아- 이거 메이 팀장이네.” 얘기할 정도로 저는 행동에서 ‘성격 매우 급함’ 이 묻어 나잖아요. 마더스올에서는 나름 성격이 급하지 않은 척 코스프레를 하는 중인데 잘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최근 마음의 균형을 위해 몸이 안 좋아서 몇 달 쉬었던 아침 조깅을 재개했어요. 아침의 단잠을 포기하는 건 참 힘든 일이지만, 마음이 오르락 내리락 할 때 햇살을 받으며 걷는 것 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요. 저희 집 근처에 작은 강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는데 마치 시골 같은 풍경이 참 예뻐요. 잔잔한 강물을 바라보면서 걷고 또 걷다 보면 이리저리 흔들리던 마음도 강물 따라 흘러가 버리고 나올 때 가지고 나온 새까만 마음이 하얗게 깨끗해져 새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랍니다.

써니가 생각하는 마음의 균형은 무엇인가요? 마음이 오르락내리락 할 땐, 어떻게 마음을 추스리는지 궁금하네요 :-)

PS. 참, 이사 축하해요! 비록 1년 짜리 조건부 동네 주민이라 아쉽지만, 그동안은 동네 친구로도 잘 지내보아요. 

From. 써니의 마음이 균형이 궁금한 메이로부터.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