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의시시콜콜

요즘 저는 침대를 벗어나 가장 먼저 커튼을 열고 블라인드를 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 바깥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집 안 곳곳을 채우거든요. 이 때 거실을 메운 햇살의 온도는 쌀쌀한 아침도 잊힐만큼 따뜻하기 그지 없어요. 햇살이란 이름은 같은데, 휘몰치는 여름의 햇살은 피하고만 싶어지고 이렇게 적당한 시기의 알맞은 햇살은 왜이리 반가울까요?. 그러고보면 좋아하기에도 타이밍이 있는 것 같아요. 햇살도, 사람도요. 여러분은 어떤 타이밍의 햇살을 좋아하시나요?

#지오의시시콜콜

오전에 잠깐 그리고 오후에도 잠깐. 은근한 각도로 세상을 비추는 햇살은 폭신폭신한 할머니 같은 느낌이에요. 고단한 길 생활 잠시나마 편히 쉬었다 가라고 길고양이를 푸근하게 품어주기도 하고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구나 베란다 식물을 따스하게 쓰다듬어 주기도 하죠. 마치 거실 한편에 물끄러미 앉아있다 눈이 마주치면 눈부시게 웃던 우리 할머니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갸우뚱하게 우리 집을 들여다보는 햇살의 품에 앉아있는 걸 좋아해요. 햇살이 비치는 공간, 고양이, 꽃, 풀 따위를 애정해요. 그 안에는 햇살보다 더 보드라운 사랑이 있거든요.

#메이의시시콜콜

새벽 6시 20분, 밖이 온통 새까만 시각에 집을 나서 푸르스름한 시간 속에 영혼을 맡기고 천변을 따라 한 시간을 걷다보면 환한 아침 햇살이 찾아오죠. 오늘의 첫 햇살을 받고 있노라면 마치 새로 태어난 듯한 기분이 들어요. 환하고 낙천적인 기운이 가득한 아침 햇살은 풍경 뿐만 아니라 마음도 덩달아 밝게 비추거든요. 싱그러운 아침 햇살 속을 걷다보면 이리저리 흔들리던 마음도 강물 따라 흘러가버리고 나올 때 가지고 나온 새카만 마음이 하얗게 깨끗해져 새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답니다. 왜인지 모르게 우울하고 무기력해질 때, 싱그러운 아침 햇살 아래 가만히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요?  

#엘리의시시콜콜

저물기 직전까지 햇살은 세상을 아름답게 비추다 가요. 하루에 길어야 20분 남짓 서쪽에서 구름을 뚫고 금빛 얼굴을 내비치는 햇살은 우리가 사는 이 땅의 이곳 저곳을 밝게 칠하기도,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기도 하지요. 이 때를 보고 있자면 햇님이 오늘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 전 세상 곳곳에 색칠놀이를 하는 느낌이에요. 날씨에 따라 햇님의 물감은 붉기도, 어슴푸레하기도 하니까요. 언제부터 해질 무렵의 햇살을 좋아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오늘도 무사히 보냈구나. 나는 이만, 내일 봐!’ 하고 햇살이 저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기분이어서가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