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가 엉덩이 팡팡해서 미안해. 아팠지?” 

“어….” 

아직 말도 못하는 23개월 1호의 짧은 대답에 쿵- 돌이 떨어지듯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내 죄책감과 후회가 뒤섞여 마음 속에 일렁거린다. 최근 가족 구성원으로 2호가 합류 하고부턴 하루하루 긴장의 끈이 팽팽하다. 2호가 생긴 후 부쩍 떼가 늘어만 가는 1호의 기분을 종잡을 수가 없어서. 어린이집에서 돌아 오면 기분 상하지 않게 잘 대해줘야지- 심호흡을 하며 오늘도 1호를 데리러 간다.

엄마를 보자마자 씨-익 개구장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반기는 1호의 손을 꼭 붙잡고 “오늘은 슈퍼 가서 먹고 싶은 과자 골라볼까?” 1호가 눈이 동그래지며 “어!!!!” 라고 유일하게 할 줄 아는 단어를 내뱉는다. 방실방실 1호의 얼굴에 웃음이 걸려있다. 엄마의 시간을 혼자 독차지하다 동생과 나눠 쓰게 된 후부터 엄마와 단둘이 있을 때면 나오는 저 표정이 꽤나 애틋하다. 2호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알지만 돌멩이도 만져보고 바닥에 주저앉아 보기도 하고 지나가던 고양이도 손짓해보고 하루 중 유일하게 둘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늘려보려 걸음을 천천히 걸어본다. 

엄마와 슈퍼 나들이 후 과자도 먹고 재밌는 tv도 보고 기분이 한껏 고조된 1호. 안타깝게도 1호의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응가 씻고 나서 tv 보자 우리, 씻으면 바로 다시 tv 보는 거야!” 내가 내뱉은 말 한 마디 때문에. 말이 끝나기도 전, 1호는 엉엉 울면서 떼를 쓴다.

요즘 갑자기 응가 묻은 엉덩이를 씻는 걸 싫어하게 된 1호를 몇 번이고 설득해보지만, 1호의 귀에 들어올 리가(…) 설상가상으로 2호의 수유타임이 겹쳤다. 1호의 엉덩이를 씻기고 기저귀를 갈아준 후 다시 재빠르게 2호의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해야 했다. 1호와 2호가 숨이 넘어갈 듯 악을 쓰며 울어재낌과 동시에 내 머리가 새하얘졌고, 1호에게 화를 내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엉덩이만 금방 씻으면 다시 tv를 보여준다는데! 이렇게 떼 쓰면 더 오래 tv도 못 보고 너도 나도 기분이 상하는데! 똥 묻은 엉덩이는 안 씻을 수가 없는데! 이제 겨우 두 돌을 맞은 1호가 이런 인과관계를 이해할 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소리를 지르며 1호의 엉덩이를 팡팡 하고는 억지로 안아 씻겼다. 1호의 엉덩이는 깨끗해졌지만 내 마음은 얼룩덜룩해졌다. 엉덩이 씻기 소동이 지나갔지만 눈꼬리에 아직 눈물이 맺힌 1호를 모른 척 안아주지 않고 2호에게 밥을 주러 갔다.

주어진 과업을 다 끝내고 1호도 2호도 남편도 모두가 잠들어 고요해진 밤, 생각에 잠긴다. 분명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냈는데 마음 한 켠에 묵직한 돌덩이가 자리한 느낌. 아이를 기르는 것은 나를 되돌아보는 과정이라 했던가. 어느새 한 아이를 키워내는 일이 빨리 빨리 쳐내야 하는 일과 같아지고 있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건만 아직 기저귀를 차는 작은 엉덩이를 팡팡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싫다. 결국 오늘도 아이를 재우면서 사과를 한다. “오늘 엄마가 엉덩이 팡팡해서 미안해- 아팠지?” 언제나 그랬듯 사과의 다음 단계는 자기 반성. 내가 tv를 보여준 게 잘못이었나, 영상 중독 인건가, 2호 수유 때문에 1호한테 유독 기다려 달라고 많이 말해서 참을성이 부족해졌나 매일 하는 이 질문의 종착지는 ‘결국 내 사랑이 부족한가…’ 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2호가 태어난 후 부쩍 1호의 떼가 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변한 건 내 마음일지도. 1호에게는 똑같은 상황일텐데, 환경이 달라졌다고 좀 더 형아처럼 행동해 주길 바라는 내 욕심일지도. 너도, 나도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잠든 아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또 한 번 사과한다. “엄마가 미안해, 사랑해. 내일은 좀 더 나은 엄마가 되어볼게.”

 💬 1호가 어렸을 땐 모두가 잠든 밤 종종 혼자만의 육아일기를 끄적거렸었는데 2호까지 생기니 참 쉽지가 않네요😹 처음에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이 마칠때쯤엔 육아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어주더라고요..! 휘몰아치는 육아 중에 시간을 내어 짧은 일기를 쓴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지만 너무 힘든 날에는 마음을 글로 꺼내보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우리 존재 모두 화이팅!!! 🧚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24개월 1호와 5개월 차 ����이 2호, 10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