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저는 깜짝 놀랐어요. 6년 전, 매일마다 출근하던 그 곳 근처에 벚꽃 나무가 있었는지 메이가 보내준 편지를 읽고서야 알게 되었거든요. ‘감탄하지 않으면 늙어버린다.’는 구절이 실감나네요. 나이가 들고, 바쁜 일상을 핑계로 주변의 꽃도, 나무도 눈 여겨 본 적이 없었구나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그와 달리 제가 본 메이는 누구보다 계절을 한 걸음 앞서, 기쁨으로 마중 할 줄 아는 봄처럼 따뜻한 사람이에요. 봄이 되면 점심시간을 쪼개서라도 벚꽃을 보러 회사 근처를 거닐고 제철 과일은 꼭 맛보기도 하잖아요. 무엇보다 계절마다 바뀌는 사무실 안의 꽃들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벌써 3월이 되기도 전, 봄에 피는 튤립을 이렇게 꽂아두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메이는 마음이 참 건강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요.

메이가 작년에 추천해준 ‘계절을 느끼고 살고 있다면 마음이 건강한 것’이라는 구절이 담긴 ‘안녕한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저 또한 계절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었어요. 그 전까지 저는 제철에 피는 꽃은 무엇인지 혹은 계절마다 맛있는 과일은 어떤 것인 지 관심은 커녕, 늘 거닐던 길 옆 나무의 붉게 변한 잎에도 눈길을 주지 않았거든요. 편지를 읽으며 그 후의 나는 계절을 어떻게 느끼며 살고 있는가에 대해 다시끔 돌아보게 되네요.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캠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계절을 느끼고 싶단 마음이 들고 나니 늘 가던 캠핑도 달라지더라구요. 보통 저의 겨울 캠핑은 찬 바람을 피해 바깥보다는 난로가 켜진 텐트 안에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냈는데요. 처음으로 화로대를 구매하여 장작불을 쬐며 따뜻한 듯 찬 바람 속에서 고구마를 구워 먹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역시 고구마는 이렇게 추운 날 호호- 불며 먹어야 제 맛이야’ 하며 남편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죠.

그리고 그 날 밤, 하늘을 보다 처음으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도 보았어요.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데, 깜짝 놀라 소원을 비는 것도 잊은 채 별똥별이 한 번 더 떨어지길 바라며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던 별이 가득한 밤하늘만 한참 쳐다보았어요. 너무 좋았던 기억이에요. 

얼마 전에 ‘여덟 단어’라는 책에서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보고 이런 글을 썼더라구요.

‘순간에 의미를 부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의미 없는 순간들의 합이 될테니까요. 만약 삶은 순간의 합이라는 말에 동의하신다면, 찬란한 순간을 잡으세요. 순간, 순간 의미를 부여하면 내 삶은 의미있는 삶이 되는 겁니다. 순간에 이름을 붙여주고, 의미를 불어넣으면 모든 순간이 나에게 다가와 내 인생의 꽃이 되어줄 겁니다.’

이 글을 떠올리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일상 속 일어나는 파편 같은 기억들이 제 마음의 추억으로 남게 된 것도 제가 계절을 느끼면서 남편과 나누었던 소소한 대화의 순간을, 또 별똥별을 보고 놀라며 좋아했던 순간 모두를 시간 속에 의미 없이 흘려 보내지 않고, 행복이란 의미로 받아들였기에 얻게 된 작은 꽃이라구요. 메이가 말한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보지 않는 그런 것 처럼요.

메이는 길었을 오늘 하루, 어떻게 살았나요? 무수히 많았을 일상의 순간들에게 어떤 의미를 불어넣어 얼마나 많은 찬란한 순간을 만들었을지 들려 줄래요? 저는 메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면 그 순간들이 좋은 에너지로 바뀌는 듯해서 너무 좋더라구요. 답장 기다릴게요.

From.

메이의 에너지를 받고 싶은 써니로부터.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