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장마인데도 비가 오지 않는다는 그 말 2주가 채 되지 않았지만 취소하여야겠는걸요? 오늘도 출근길 바닥을 적시는 보슬비로 우산을 쓰고 출근을 했답니다. 내렸다 개었다를 반복하는 변덕이 심한 날씨를 보며 구름마저도 균형이 맞지 않는가보네?하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어요.

햇수로 4년, 주말부부 생활하며 따로 살던 남편과 함께 살 수 있게되었어요. 더군다나 회사와 너무 가깝다니! 저는 평소 회사 근처에 사는 메이가 봄날에 아파트 담장으로 피어난 장미를 보며 출근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여유가 묻어나는 것 같아 부러웠거든요. 물론 아침 산책을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는 메이의 부지런한 노력이 그 여유를 만들어주는데 큰 몫을 했겠지만요!

저는 마음이 안정적이고 고르기 위해서는 얼마만큼의 내적 여유가 주어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저의 이런 생각이 단단해진 건 남편과 함께 살게 되면서였어요. 메이는 잘 알고있죠? 함께 살아온 날보다 떨어져 지낸 날이 더 많음에도 만나는 날마다 자주 싸워서 답답해하던 저를요. 남편을 만나는 그 언저리가 되면 제 마음은 늘 부실했고 오르락 내리락 춤을 추는 날이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여유가 참 없었던 것 같아요.

다른 부부의 일주일을 우리는 약 48시간의 시간안에 미션을 수행하듯 끝내야 했어요. 주말에 아무도 없는 신혼집에 들어서면 우리는 모아두었던 일주일 치의 빨래들을 색깔별로 구별하여 3번에 거쳐 세탁을 하고 건조대에 너는 일을 반복해요. 그런 후 집안에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고 일주일, 이주일 넘게 사용하지 않아 물 때가 앉은 변기 청소도 신혼집을 갈 때면 해야하는 저의 주말 루틴이었어요. 그리고 제 욕심을 보태어 저녁에는 남편과 마주앉아 평일동안 묵혀둔 일상들을 꺼내는 시간도 꼭 가졌어야 했어요.

시간은 한정적인데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많으니 마음이 조급할 수밖에요. 집안일을 할 때 유튜브를 켜는 남편에게 화도 났고, 나와의 대화 대신 게임을 하고싶어하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들이 밀려와 여유를 휩쓸어버렸어요. 그러면 결국 싸움이 생기고 서로에게 감정이 상한 채 각자의 거주지로 돌아가는 날이 자주 생겼어요.

우리가 이사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했던 걱정이 무엇인지 아세요?

“우리 만날 때마다 그렇게 싸우는데, 같이 살면 더 싸우지 않을까? 우리 괜찮을까?” 였어요. 우리가 과연 여느 다정한 부부들처럼 싸우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그렇게 5톤 트럭에 이삿짐들과 함께 걱정도 한가득 싣고 이 곳으로 왔네요. 

저의 걱정보다 이 곳에서의 합가 생활은 너무 좋았어요. 얼마 전에는 남편과 중식집에 짜장면 외식을 갔어요. 메이와 함께 갔었던 도서관 옆에 위치한 빨간 페인팅이 인상적인 그 곳으로요. (앞으로도 종종 맛집 공유부탁할게요!) 그 때 먹었던 짜장면이 정말 맛있어서 남편과 같이 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부푼 마음으로 데리고 갔는데 멋없는 우리 남편의 한 마디. “짜장면이 좀 텁텁한데?” 예전이었다면 기분이 상했을 그 한마디가 짜증이 나지 않더라구요. 퇴근 후 나를 마중오는 남편이 반가워서, 평일 저녁을 함께 먹는 것이 너무 좋아서 신이났어요. 

그리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그의 모습도 아무렇지 않더라구요. 예전의 저였다면 헤드폰을 낀 그의 모습이 그 사람의 세상과 제가 사는 세상을 단절하는 느낌이 들어서 싫었을 거에요. 그런데 헤드폰을 쓴 모습도, 중간중간 새어나오는 게임 소리도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어요. 이제 그 시간에는 저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면 되거든요. 커피를 내리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 메이에게 답장도 쓰기도 하면서요.

이 모든 게 이사 후 2주 간의 변화였어요. 촉박했던 삶에 여유가 올라앉으며 오르락 내리락하던 시소같은 마음들이 균형을 찾았답니다. 일상에 있던 조급함과 불안함은 사라지니 하루,하루에 행복한 일들이 많아졌어요. 정확히 말하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새삼 느끼는 것 같아요. 이사라는 환경만 변하였을 뿐 어떤 무엇도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메이가 오랜만에 만난 새벽의 그 강물처럼 조급함 뒤에 숨겨져 있던 남편의 다정함이, 한정된 시간뒤에 있던 나의 시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뿐이에요.

요즘은 눈에 들어오는 나의 시간들을 어떡하면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그 작은 행복 중 하나가 얼마 전 함께 듣기 시작한 커피 수업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커피가게에서 직접 알려주는 커피 클래스여서 더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면 메이는 참 이런 소소한 경험들을 자주 즐기는 사람 같아요. 커피 수업도, 필라테스도, 그것 말고도 꽃꽂이나 마카롱 만들기처럼 다양한 클래스들을 듣기도 하잖아요.

메이는 이런 새로운 경험들을 마주하면서 얻는 행복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새로운 일상으로 얻은 또 다른 것이 있다면 들려줄래요? 제가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것이 있다면 메이의 편지를 통해 느껴보고 싶어요.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