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은비가 좋아하는 빵의 은비가 딸이 아니라 아내의 이름이었다니 정말 낭만적이에요. 결혼을 하고 나면 서로의 이름을 부를 일이 많이 잘 없잖아요. '여보' '와이프' '자기'처럼 이름 대신 부를 말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저 또한 누군가의 집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늘 제 이름을 불러달라고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편인데요. 우리 남편은 항상 '여보'라고 하다가, 이상하게 저의 기분이 상하거나 화가 나서 대화를 할 때면 저의 이름을 부르더라구요. 이건 잘못된 예시인거죠? (웃음) 빵 이름에 붙은 다정한 이름 하나에 제 마음이 살짝 설레네요.

저는 사실 낯선 사람, 타인과의 이야기를 즐겨하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정확히는 낯선 이를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둘 사이에 느껴지는 어색한 공기가 피부에 닿을 때면 식은땀이 삐쭉 흐른달까요? 가끔 택시를 타면 기사님께서 적극적으로 스몰토크를 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원치않아 늘 이어폰을 끼거나, 통화를 했어요.

이랬던 제가 낯선 사람과의 이야기가 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지난 4월 제주에서의 여행이었어요. 다양한 티를 코스로 마셔볼 수 있다는 것을 듣고 찾았던 티하우스에서 사장님이 내려주는 맛있는 차를 마셨잖아요. 그 때 메이가 사장님께 어떻게 가게를 운영하게 되셨는지, 티와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되었었는지 다양한 작은 이야기들을 물어봐준 덕분에 사장님의 차를 좋아하게 되었던 이유와 어쩌다가 제주도까지 내려오게 되었는지, 티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이유와 어려웠던 점까지 티에 대한 이야기 외에 사람 내음이 나는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그 때 사장님께서도 이런 이야기를 물어봐주시는 분들은 많이 없다시면서 티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사람사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잖아요. 그래서인지 그 때 마신 차의 맛보다도 그 곳에서 나눈 대화들이 더 기억에 남게 되었어요. 특히나 제주를 오게 된 이유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당시만 해도 제주의 땅값이 저렴했고 이 곳에서 가게가 망하더라도 많이 잃지는 않겠다는 꾸밈없는 솔직한 답변이 저에게 더 매력있게 와닿았어요. 이 날을 계기로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나와는 다른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 혹은 새로운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값진 시간이 될 수 있단 걸 알게되었달까요?

그 후 저에게도 살아가는 방식에 변화가 살짝 생겼어요. 이렇게 누군가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그 사람과 작은 이야기들을 나눠보고 싶어 입이 간질거리기 시작했거든요. 비록 아직은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을 때가 많아 물어볼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사라져버리는 기회들이 더 많지만요. 그래서 요즘은 누가 저에게 말을 걸면 민망함을 피해 전화를 거는 대신 이 때다 싶어 저도 대화를 시도한답니다. 은근히 쏠쏠한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이런 변화는 인터넷에서 물건을 주문하는 저에게도 영향을 주었는데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 뿐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리플렛을 읽고 사진으로 찍어두는 취미가 생겼어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마더스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가 들어있을 수 있잖아요. 네, 직업병도 가미된 새로운 취미예요!

원래 저는 12시 전에 물건을 주문하면 그 다음 날 바로 가져다 주는 대형 쇼핑몰을 좋아했어요. 바로 다음 날 로켓같은 배송이라니! 너무 편했죠. 그런데 이 택배의 문제는 물건만 오는 게 참 아쉽더라구요. 상품과 함께 오는 리플렛이 필요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리플렛을 만들어본 저로써는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꽤나 쏠쏠한 재미를 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그 리플렛 안에 미처 보지 못했던 브랜드가 말하고 싶은 진정성이 적혀있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저는 과감히 로켓같은 배송을 포기하고 다양한 브랜드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있어요. 함께 들어있을 리플렛을 기대하면서요.

얼마 전에는 대나무로 만든 행주를 주문했어요. 이사간 집에 행주가 없어 구매를 미루며 물티슈를 썼는데 너무 낭비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였거든요. 그래서 친환경 행주를 찾다가 눈에 보여 주문한 작은 브랜드였는데, A4 용지에 메시지가 함께 담겨 투박하게 왔더라구요. 그래서 가볍게 읽어보았는데요.

같이 온 택배 상자가 제품 사이즈에 비해 많이 큰 편이었는데 그로 인해 파손사고가 종종 있었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어요. 아직 작은 브랜드이다보니 다른 곳과 같이 반듯한 규격 박스에 보기 좋게 보내드릴 수가 없어서 혹시나 배송이 맘에 들지 않으셨다면 꼭 연락을 해달라는 메시지였죠. 나에게 직접 쓴 손편지는 아니었지만 딸바보 아빠의 진심이 느껴져 좋았던 리플렛이었어요. 사실 그 전에 어떤 새로운 브랜드에서 바디워시와 클렌징폼을 주문했는데 아무 이야기도 들어있지 않고 비닐 뽁뽁이에 대충 감겨온 제품을 받아보고 슬펐던 중 보았던 메세지라 더 좋았던 걸지도요. 흑흑 저는 요즘 이런 상품을 일명 ‘꽝’ 제품이네- 하고 말해요.

혹시 메이는 최근에 구매했었던 제품들 중에 좋았던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가 없었나요? 재미있는 브랜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메이가 소개해주는 브랜드를 메모해두었다가 다음에 필요할 때 누가봐도 ‘당첨’인 제품을 주문한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서요!

FROM. 메이의 애정 브랜드를 알고싶은 써니로부터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