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어린이집 겨울 방학이 시작됐다. 겨울 방학은 춥기도 하거니와 기나긴 방학 동안 두 아이를 데리고 매번 어딘가를 가기도 힘드니, 아무래도 집콕 생활을 주로 하게 된다. 두 연년생 아들 싸움 중재하랴, 각각 훈육하랴, 사과 시키랴, 밥 차려주라, 간식 차려주라, 똥 씻겨주랴 (···). 온종일 혼이 쏙 빠지는 기간이다. 몸도 열 개였으면 좋겠고, 정신도 열 개였으면 좋겠다. “엄마!” 외치는 소리에 노이로제에 걸릴 것만 같다. 그런 와중에도 나름대로 슬기로운 방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첫 번째, 동계 캠핑. 1년 전 둘째가 돌 즈음일 무렵, 네 가족 완전체 캠핑을 처음 시도했다. 너무 힘들어서 혼쭐이 났고, 둘째가 두 돌이 되기 전까지는 자체적으로 가족 캠핑 금지령을 내렸다. 둘째가 두 돌이 지나자 이제는 다시 시도해봐도 되지 않을까, 낮에는 캠핑장에서 놀다가 잠은 집에서 자면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집 근처 캠핑장을 예약했다. 분명 잠은 집에서 자기로 했는데, 왜 우리 부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침낭과 베개를 챙겨오게 되었는가(···). “우리는 가족이잖아. 가족이 함께 텐트에서 자면 너무 좋잖아.” 라는 첫째의 말 한 마디에 당일 캠핑이 1박2일 캠핑으로 변했다.

집 근처 캠핑장에는 대형 방방이 (어릴 때 봉봉이라 불렀는데,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 달라서 신기한 트램펄린) 가 있어 두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았다. 한파가 끝나고 날씨가 살짝 풀려서인지 또래 친구들이 많아서 더 재밌었으리라. 에너지를 한껏 발산한 뒤, 아이들은 각각 우동 1인분에 밥까지 말아 먹고 오리고기도 푸짐하게 먹었다. 1년 전의 캠핑과는 사뭇 달랐다. 이제 다시 가족 캠핑을 시작해도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캠핑은 늘 우당탕탕이지만, 적어도 1년 전처럼 둘째가 돌을 주워 먹진 않으니 그것만 해도 어디야.

두 번째, 공동육아. 친구가 겨울방학을 맞이해 큰 맘 먹고 에어바운스를 대여했다. 단톡방에 에어바운스 사진이 공유된 그 순간, 바로 방문예약을 잡았다. 친구네 아이는 외동이라 금방 에어바운스에 흥미가 떨어졌다고 했는데, 우리집 아이들이 추가되니 아들 셋은 금세 에어바운스를 향해 신나게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한 아이가 점프할 때 밑에서 두 아이가 기다려주며 순서를 지키는 모습을 보니 새삼 많이 컸다 싶다. 대견하고 귀여운 녀석들. 에어바운스 덕분에 2시간 동안 땀 흘리며 뛰어 놀고, 밥도 시원하게 한 그릇 뚝딱이요! 다음 겨울 방학 때는 꼭 에어바운스를 대여 해야지.

세 번째, 집콕 생활. 사실 방학 기간의 대부분은 집콕 생활이다. 변신 로봇 합체부터 각종 보드게임, 띠띠뽀 열차 조립, 토미카 주차장과 고속도로 조립, 아이클레이 놀이, 공룡 변신 놀이, 잡기 놀이, 공놀이, 총이나 활 쏘기 놀이, 집 만들기, 블럭놀이, 책 읽기, 종이접기, 춤추기, 마리오파티 게임.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유튜브 키즈와 미니특공대, 다이노스터 시청까지. TV도 같이 보면 참 좋으련만 꼭 서로 보고 싶은 게 다르다. 하나는 로봇이 좋고 하나는 기차나 자동차가 좋으니 이걸 틀면 하나는 안 보겠다고 난리고, 저걸 틀면 왜 내건 안 틀어주냐고 난리난리(···). 이 모든 것들이 우당탕탕 반복되고 나면, 드디어 아빠가 올 시간이다. 아빠가 오면 아이들과 몸으로 노는 시간이 시작된다. 내가 볼 땐 저게 재밌나? 싶을 정도로 어이가 없는데, 남자 셋은 좋아 죽는다. 그러면 나는 이어폰을 꼽고 밀린 집안일을 해치운다.

방학 초반에는 낮잠 시간을 엄수하며 아이들과 실랑이를 벌이곤 했는데, 그냥 시원하게 낮잠을 포기하고 나니 육퇴 시간이 1시간 정도 앞당겨져서 조금 수월한 것 같다. 아닌가, 사실 상 눈떠 있는 시간은 비슷하니 조삼모사인 것 같기도. 여하튼 날이 갈수록 아이들의 체력은 늘어나고, 엄마의 육신은 쇠퇴하니 몸이 부서질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절로 이해가 간다. 새해에는 꼭 알통엄마로 거듭나리라(···).

안 봐도 비디오인 우당탕탕 방학생활이라 닥쳐오기 전에는 온갖 걱정과 염려가 앞선다. 그래도 종일 부대끼는 방학 기간에 마냥 힘듦만 있는 건 아니다. 등하원 부담 없이 마음껏 늘어질 수 있고, 돌아서면 밥인 돌밥 신세지만 그래도 요알못 엄마가 나날이 뚝딱뚝딱 잘 해 먹이게 되는 걸 보면서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제일 감사한 것은, 그동안 놓치고 사는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나만의 시간과 여유가 생겼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놀고 어떤 말을 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일상 속 작고 반짝이는 찰나의 순간들을 놓치는 게 내심 아쉬웠더랬다. 방학 동안 함께 부대끼며 아이들의 성장을 눈으로 보고, 살결로 체감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비록 나의 여유는 줄어들었지만, 이 귀여운 모습을 매일매일 볼 수 있다면야.

“엄마, 같이 놀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엄마를 찾아주는 아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아야지.

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기억해야지. 

지금 내 앞에 놓인 집안일보다 아이들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지.

💬 겨울방학에 썼던 글인데, 봄방학이 끝나고서야 내보내게 되었네요. 겨울 방학때 이렇게 다짐을 해놓고는, 봄방학이 또 닥쳐오니 후... 😇 육아는 다짐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방학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며 요모조모 자란 모습들 눈에 많이 담으셨을까요? 😊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올해로 우리 첫째는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었답니다🥳

객원 에디터  |  Yulia

꾸럭미 넘치는 20년생, 21년생 연년생 형제와 12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