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쟁이를 키운다는 것 

쏘서를 타면서 토를 하는 아기를 본 적이 있는가. 사방으로 튀는 하얀 잔해를(?)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우리 집 이야기다. 토를 하는 것과 관계 없이 2호의 다리는 쉼 없이 방방 뛰는 중이라 토가 공중과 온 사방에 흩뿌려지는데 그 광경을 보고 있자면 그냥 할 말을 잃고 만다···.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토가 흩뿌려지는 모습은 정말로 가관이다. 글을 쓰며 다시금 아찔한 그 순간을 회상 하자니 향긋한(?) 토 냄새가 몰려오는 것 같다.

엄청 많이, 빨리 먹고 자주 토를 하는 2호는 우리집 공식 토쟁이다. 친정 엄마 말로는 딱 나 닮았다는데, 어느 정도 공감하는 편이다. 내가 갓난아기였을 때 코로든 입으로든 항상 토를 했다는데, 아직까지도 나는 자주 토를 하는 편이다. 임신 중에도 그리고 숙취로 고생할 때도···. 엄마로부터 토하는 유전자(?) 를 곧이곧대로 물려받은 2호는 수유가 끝나기 무섭게 토를 한다. 마치 토를 하는 게 식사 루틴인 것 마냥.

2호의 식사 루틴은 다음과 같다. 분유를 타주면 쉼 없이 160ml를 원샷으로 쭈-욱 들이킨다. 덕분에 분유를 다 먹고 빈 젖병의 젖꼭지를 빠는 귀여운 입모양도 자주 본다. 2호에게 흔하디 흔한 이 장면은 뱃고래가 작은 1호를 키울 땐 참 진귀한 장면이었다. 그 후 그는 강, 중, 약의 순서로 트림을 연달아 3번 하는데 마지막 약 단계에서 대부분 토가 왈칵 쏟아진다. 1단계 분유를 먹을 때는 주르륵 흐르는 토였다면 이유식을 병행하며 2단계 분유를 먹는 중인 현재는 순두부처럼 몽글몽글하다.

이렇게 예측 가능한 어택도 있지만 어느 날은 예상을 비껴가며 너무하다 싶은 어택도 있다. 그날은 첫 번째 강 트림을 하면서 갑자기 토를 왈칵 쏟아내 2호와 내 옷이 모두 버렸다. 뭐 옷 버리는거야 자주 있는 일이니 여유롭게 아이를 닦이고 옷을 갈아 입힌 다음 내 옷도 갈아입었다. 그리곤 다시 아이를 안아서 토닥이는데 다시 왈칵. ‘속이 안 좋은가?’ 갸우뚱 하며 두 번째로 아이와 내 옷을 갈아 입었을 때, 세 번째 토가 이어졌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자마자 또 다시 반복. 자그마치 4번째 아이 옷을 갈아 입히고 내 옷도 갈아 입던 날. 말도 못 알아듣는 아이를 다리에 앉혀 마주 보며 혼잣말을 했다. “야.. 이렇게 많이 토 할 거면 다시 우유 먹어야 하는 거 아니니? 제발 한 번에 토해주면 안 되겠니…” 그리 더운 날도 아니었는데 혼자서 어찌나 땀을 뻘뻘 흘렸던지.

그랬던 2호가 뒤집고 기기 시작하며 이제 조금 여유로워졌다. 뒤집기 전에는 항상 안아서 내 어깨에 기대거나 다리에 앉혀서 트름을 시켜줘야 했지만 요즘은 수유 후 눕혀 놓으면 바로 뒤집으며 자동 트림이 되기 때문이다. 뒤집은 상태에서 게워내는 건 바닥에 흐른 토만 닦으면 되어 무난하다.

(이것은 콧물이 아닙니다. 코로 나오는 토입니다.)

아니···. 사실 무난하지 않은 날도 있다. 안일하게 생각하고 간단한 설거지를 하고 돌아온 나를 반긴 건 토로 적셔진(?) 2호의 옆 얼굴이었다. 그날따라 하필 많이 게워낸 데다가 배밀이를 시작하고 기는 연습을 하느라 팔을 여기저기 휘적거리며 온 바닥에 토를 펼쳐 둔 것 같았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행위예술가로 변신한 그는 토를 이용해 바닥에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지쳐 얼굴을 풀썩 떨구고 있었다. 불과 3분 동안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그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턱에 뽀뽀하는 걸 좋아하는 2호를 들어 턱에 입을 대는 순간 내 얼굴에 부와아아아아악- 토를 한 적도 있었다. 거짓말 안 하고 정말 코에 살짝 토가 들어갔다. 엄마의 얼굴과 콧구멍에 토를 뿌려 두고 본인은 개운한 지 방긋 웃는 모습이란···.

지금에서야 웃으며 말하는 에피소드지만 사실 토쟁이 아기를 키우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토를 너무 많이 해서 많이 먹는 건가. 아니면 많이 먹어서 토를 많이 하는 건가.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처럼 2호의 먹성과 토의 인과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도 있다. 그 외에도 분유가 안 맞는 건 아닐까, 소화 기관이 부실한 아이인가. 수유 방법이 잘못 되었나 등등 6개월 간의 수많은 걱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이가 커갈수록 토하는 횟수가 줄어들기도 했고, 영양이 부족하다기엔 그는 몸무게 상위 94%의 튼실한 우량아라 현재는 걱정을 많이 내려놓았다. 토쟁이는 처음이라 이렇게나 자주 씻기고 닦이고 옷을 입히는 게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건강히 잘 커주는 게 어디야. 토를 자주 했지만 건강히 자란 엄마를 닮아 너도 건강히 잘 자라기를. 분유를 끊고 나면 또 이 시기가 얼마나 그리울까. 신생아 시절 쪼물쪼물 게워 내던 때가 벌써 그립다.

💬 어느덧 그는 270ml 을 원샷 하는 우량아가 되었습니다… 😇 토를 많이 해서 많이 먹는 걸까요? 많이 먹어서 토를 많이 하는걸까요?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24개월 1호와 5개월 차 ����이 2호, 10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