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벌써 입추가 지났어요. 그래서일까요? 여름 내내 고운 하얀빛과 쨍한 핑크빛을 뽐내던 배롱나무 꽃잎들이 떨어지고 있어 아쉬워요. 출근길에 매일 보는 하얀색 배롱나무는 꼭 한여름에 다시 보는 벚꽃 같아 좋았는데 말이죠. 

우리의 지난 여행이 써니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니 기쁘네요. 이야기의 힘이 이렇게나 큰 것 같아요. 저는 어디서 무언가를 배울 때면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께 어떤 계기로 이 일을 하게 되셨는지 여쭤보곤 해요. 우리가 직장인이어서 그런지 저는 회사 밖에서 다른 일들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계기가 무엇일까, 그들의 삶은 우리와 얼마나 다를까 궁금하더라고요. 특히나 원데이 클래스로 들어볼 수 있는 수업들은 예술 분야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분들은 뭔가 운명 같은 계기가 있어 이 일을 시작하셨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처음엔 있었거든요. 돌아오는 답변은 직장을 다니다가 우연히 취미 삼아 배우게 되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거나, 회사를 다니는 게 너무 힘들어 무작정 퇴사 후 제 2의 삶을 찾았다거나 하는 생각보다 현실적인 이유들이더라고요.

누군가와 삶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느낀 건 본인은 평범해서 말할 게 없다곤 하시지만, 똑같은 삶은 하나도 없고 그 삶 속에 각자가 가진 고유한 이야기들이 다 특별하더라는 거에요. 그때부터 주변 사람이나 브랜드, 자주 가는 가게들 속 숨겨진 이야기들에 매료된 것 같아요 😊 제가 최근에 구매 했었던 제품 중에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가 궁금하댔죠? 질문을 보자마자 단박에 일엽편주가 생각났어요. 일엽편주는 6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안동의 농암종택에서 만들어지는 전통주로 청주, 탁주, 약주 3가지 술이 있어요.

써니는 잘 알죠? 먼 훗날 마더스올을 떠나는 시기가 온다면 막걸리를 브랜딩 해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제가 막걸리를 정말 좋아하잖아요.(웃음) 그런 제 앞에 어느 날, 한자로 일엽편주라고 휘갈겨진 멋진 막걸리가 나타났어요. ‘어라? 이 초면인 막걸리는 누구지? 먹어봐야지!’ 하는 의식의 흐름으로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품절이지 뭐에요? 브랜드 인스타 계정을 흘긋거려보니 인기가 너무 많아 입고 되는 날짜에 맞춰서 수강신청 하듯 구매를 해야 하는 곳이었어요.

600년이 넘는 고택에서 만들어지는 막걸리라니! 신기하지 않나요? 저는 오래된 걸 좋아해서 유럽 여행을 가서도 에어비앤비로 오래된 고택을 찾곤 했거든요. 포르투갈의 150년 된 고택에서 묵은 적이 있는데, 600년이 넘는 농암종택이라니! 정말 놀라운 세월이잖아요.

일엽편주(一葉扁走)는 (한) 일, (잎) 엽, (작을) 편, (배) 주. 물 위에 떠다니는 작은 나뭇잎 같은 조각배를 뜻해요. 1547년의 어느 날, 농암 이현보와 퇴계 이황이 자그마한 배 위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풍류를 즐기며 쓴 시 속에도 들어있어요. 맞아요, 저희가 국사 시간에 배운 그 퇴계 이황님이랍니다. (웃음) 

“이중에 시름 없으니 어부의 생애로다

일엽편주를 만경창파에 띄워 두고

인간 세상 다 잊었으니 세월 가는 줄 알리오”

- 어부가, 농암 이현보 -

일엽편주가 만들어지는 농암 이현보의 집은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의 자손들이 아직도 대를 이어 살고 있대요. 그러니 일엽편주는 대를 이어 전해져 오는 ‘가문의 술 인 셈이죠. 쌀, 물, 직접 만든 누룩만을 이용해 정통 방식으로 빚어내고, 발효만 해도 100일이 걸린대요. 숙성을 마친 술은 2개의 층으로 분리되는데 위에 뜬 맑은 술이 ‘청주’ 가 되고, 바닥에 뽀얗게 가라앉은 술이 ‘탁주’ 그리고 증류해 맑게 내린 술이 ‘소주’가 된다고 해요. 1517년부터 시작되어 만드는 데에는 40일의 숙성과 100일의 발효를 거친다니. 여러모로 시간이 빚어낸 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열처리 없이 살아있는 균이 그대로 들어 있다 보니 와인처럼 숙성할수록 맛이 달라지는 것도 일엽편주의 매력이죠. 더 짙어진 향을 기대하는 마음과 600년이 넘는 고택에서 만들어진 술인데 아껴 먹고 싶은 마음이 합쳐져 묵혀 놓고 있는 중이랍니다. (웃음) 일엽편주의 한자 라벨은 퇴계 이황이 이현보에게 선물한 글자를 집자 했다고 해요. 직접 활판 인쇄 후 아교칠로 마무리를 한다니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여기 사이트에 이런 글귀가 있더라고요. 

“사람이 닿는 곳에 머무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 마음은 각기 형태가 다를 뿐 사람에게도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손으로 만든 술을 한 사람의 손으로 찍어내는 종이로 감싸는 일은 느리고 불완전하지만 반드시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닿는 곳에는 마음이 있다는 글귀를 보니 자연스레 마더스올에 곳곳에 놓인 우리들의 마음이 떠오르더라고요. 우리의 바램을 담아 사이트 하단에 이런 글귀를 숨겨 두기도 하고 이벤트를 할 때도 선물 외에 늘 편지를 곁들이곤 하잖아요. 일엽편주의 글귀처럼 사람이 있는 곳에는 마음이 머물기 마련이고, 비슷한 마음을 가진 다른 사람에게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마더스올이 그 증명 같고요.

마더스올 기부캠페인에 담긴 저희의 마음이 이어져 핸드크림을 보내주신 올맘님 기억하죠? “좋은 일 해주시는 분들의 손에서 향기가 가득하기를, 부드럽기를” 같이 온 카드에 적혀 있던 문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저희의 캠페인에 참여하고 난 뒤 보육원에 다녀왔다는 올맘님도, 제가 여러 가지 역할로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책 속 구절을 보내주신 올맘님도 생각이 나네요. 그 올맘님은 마더스올 서재 이벤트에서 써니가 보낸 편지에 책과 답장을 보내주시기도 하셨잖아요. 일을 하면서 이렇게 고객님에게 편지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두고두고 저희의 자부심이 아닐까 싶어요. 써니는 마더스올에서 우리의 마음과 온기를 주고 받은 경험 중에 특별히 더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나요? 🙂

From. 써니의 추억이 궁금한 메이로부터.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