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 집 1호의 말이 트였다! 작은 입술로 재잘재잘 어찌나 많은 말을 하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다. 아직은 말을 알아 듣기가 어려울 때가 많아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듣느라 에너지가 더 소모되기도 한다. 오늘의 육아 카시트의 악몽 편에서 차를 타면 뒤에서 쫑알쫑알 이야기하는 아이들에게 엄마 좀 그만 부르라는 댓글을 달아 주셨는데, 그게 나에게는 바로 지금이다. 카시트에 앉아 어찌나 엄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지. 아직까지는 매번 귀엽고 신기하다.

1호가 처음 말을 했던 날, 우리는 욕조에서 함께 목욕을 하려던 참이었다. 따뜻한 물에 들어가자마자 노곤한 기운이 스며들어 곧장 욕조에 드러누웠다. 욕조 안에 서서 누워있는 엄마를 가만히 바라보던 1호가 갑자기 “앉아!” 라고 말했다. 깜짝 놀란 마음과 동시에 너무 귀엽고 웃겨서 박장대소를 하며 재차 물었다. “쭈나~ 엄마가 누워있어서 욕조에 쭈니가 앉을 자리가 없어서 엄마 보고 앉으라고 한거야?” 볼이 불그스름하게 물든 아이가 대답했다. “응~ 녜~” 어쩜 그리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말을 골랐을까. 아이가 처음 말을 한 순간을 마음 속에 저장해두고 싶어 발그레한 두 뺨을 오래도록 눈안에 담았다.

올 여름, 1호는 수박에 빠졌다. 여름 내내 그는 “수박 주세요~” 라는 말을 정말 많이 했는데 매번 수박을 ’시박’ 이라고 찰지게 표현했다. 수박, 출발, 신발, 식빵. 전혀 다른 네 단어가 그에겐 모두 시박으로 통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너무 충격적이라 응?? 뭐라고???? 라며 수차례 되묻곤 했다.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잘 때도 내내 ‘시박’ 을 외치는 모습이 우스워 선생님이 녹음을 해주시기도 했었다. 나중에는 좀 짜증이 나는 상황이나 심심할 때도 ‘시박’ 을 외치곤 했는데, 남편과 나는 다 알고 저렇게 말하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곤 했었다.

‘시박 주세요~’ 외에 그가 자주 하는 말은 “좋아해” 와 “먹을래요”. 1호의 발음 그대로 옮겨보자면 “죠아해~” 와 “머귤래요”. 좋아한다는 표현을 부쩍 자주 하기 시작했고 먹거나 안 먹겠다는 의사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 전 1호에게 좋아해 라고 속삭일 때면 “나도 조아해” 라는 말이 되돌아오는데, 매번 들어도 심장이 녹는다. “빠빠 안 머귤래요, 까까 마니 머귤래요.” 밥은 안 먹고 과자는 많이 먹겠다는 표현은 어찌 그리 정확한지. 배고프면 또 밥 먹겠다는 표현은 1등으로 한다.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을 듯하다.

멍멍을 못해서 “와우와우야~” 하고 부르던 강아지 호두를 30개월이 된 지금은 “호두야!” 라고 정확히 발음하게 되었다. 자기도 아직 아기면서 2호를 보고 “아기야~” 라고 말하고, 덩치 큰 아빠와 2호를 보고 “아빠 커요~ 써노 커요~” 하는 귀여운 나의 첫 번째 아기. 2호가 분유를 먹고 있을 때면 넌지시 “마이 머고~” 챙겨 주기도 하고, 모기가 물렸을 땐 모기 자국을 가리키며 “쭈니 아파~” 라고 하기도 한다.

얼마 전 두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연년생이라 휴대용 유모차에 둘을 겹쳐 태울 때가 종종 있는데 2호가 몸이 커지고 힘이 세지며 자꾸만 뒤에서 형아 등을 탕탕 발로 찬다. 동생의 발길질을 계속 참던 형아는 아파트 공동 현관에 도착하자마자 뒤를 탁 돌아보더니 인상 쓴 얼굴로 한 마디 했다. “화낼꼬야!” 아 정말 너무 너무 너무 귀여웠다. 이 작은 아이가 그래도 동생이라고 참고 또 참다가 집에 도착해서야 터뜨린 그 한마디가 안쓰럽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아이가 말을 하니 참 좋다. 아직 유창한 말은 아니지만, 문화센터 수업을 마치고 나를 빤히 보며 내뱉는 “엄마, 재미떠떠” 그 한 마디가 내 모든 수고와 땀을 잊게 한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서로 마주 보는 느낌이랄까. 그런 순간들 속에서 아, 내가 정말 하나의 인격체를 낳았구나 실감하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 나보다 더 조리 있는 말로 반박도 못하게끔 말대꾸를 해서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숟가락을 수꽈락으로, 뽀로로를 뽀요요라고 어눌하게 발음하는 이 작은 생명체가 너무 너무 사랑스럽다.

💬 아이가 처음 말을 하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 다른 아이들은 첫 말을 어떻게 떼었는지 궁금해지네요. 그 처음의 순간을 함께 나눠보실래요?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24개월 1호와 5개월 차 ����이 2호, 10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