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다 보면 한 번씩 아이들이 조용해지는 때가 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방심을 하게 된다. 정말이지 단 5분 쉬었을 뿐인데, 딱 5분 카톡 확인하고 답장한 게 다 인데! 단 5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았을 뿐인데! 5분이 지나면 느껴지는 그 쎄한 기분. 아마 육아맘들을 다 알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부랴부랴 아이들을 찾으면 아니나 다를까, 아주 혼을 쏙 빼놓는 사고를 치고 있다. 

[사건번호 20220120] 용의자 1호. 피해자 엄마.

당시 2호가 생후 3개월 정도였고 남편이 늦게 퇴근하는 날이라 독박육아를 하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안방에서 2호를 재운 뒤 1호와 놀이방에서 놀던 중 급 피로가 몰려왔다. ‘아, 이렇게 잠들어버리면 안되는데…’ 비슷한 시기에 첫 아이를 함께 낳은 친구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엄마끼리도, 아이끼리도 친구라 신나게 수다를 떨다 그만 통화에 너무 집중해버렸다. 그 사이 1호는 냉장고를 열고 포도 주스를 요구했고, 빨대컵에 주스를 따라주고는 다시 통화에 열중했다. 평소 같으면 주스를 다 마실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다 도와주곤 했었는데 통화에 정신이 팔려 그냥 스스로 먹을 수 있겠지~ 하며 줘버린 것. 그러다 놀이방에 혼자 있는 1호가 너무 조용해서 황급히 전화를 끊고 가보니 아뿔싸. 온 벽과 바닥, 아기 소파에 포도 주스가 흩뿌려져 있었다. 

정말이지 입이 떡 벌어졌다. 포도주스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깨끗하게 닦이지 않는다. 동그란 모양으로 흘렸어도 꼭 테두리 부분이 남곤 한다. 몇 번이고 박박- 닦아내야 한다. 그 뿐인가. 어찌나 이염도 빨리 되는지. 포도 주스를 지울 때 스피드가 생명이다. 정신 없이 벽부터 닦았고 다음은 바닥, 그 다음은 포도 주스를 흘려 찐득해진 아기 소파와 이를 잘근잘근 밟고 있는 1호를 씻긴 후 나머지 그 보랏빛 잔해들을 수습하기 바빴다. 먹다가 잠깐 흘린 포도 주스에 호기심이 생겨 열심히 흔들어 댔을 1호의 모습을 상상하니 참 어이가 없고 웃음도 나고 그랬었다. 다행히도 벽에 묻은 포도 주스들이 깨끗이 지워져 내 멘탈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던 사건.

[사건번호 20220805] 용의자 2호. 피해자는 늘 그렇듯 엄마.

그런데 최근 내 멘탈을 바사삭 깨뜨린 사건이 일어났다. 1호는 놀이방에서 놀고 있고, 2호는 거실에서 소파를 잡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다 내내 아이들과 분리되어 답답했을 호두를 풀어주었다. 갑자기 생긴 여유를 즐기며 다급하게 밀린 카톡에 답장을 하고 있을 때, 다급하게 엄마를 찾는 1호의 비명이 들렸다. 

“엄마!!!! 엄마!!!! 똥!!!! 호두 똥!!!!” 호두가 거실 바닥에 응가를 했나 보다 하며 치우러 거실에 나간 순간. 해맑은 표정으로 호두 응가를 주무르며 온 바닥에 똥칠갑 중인 2호 발견했다(···) 자동 반사적으로 냅다 비명이 튀어나왔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즉시 호두를 분리 시킨 후, 2호를 안아 들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아, 1호에게 절대로 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기 세정제도 손 세정제도 심지어 퐁퐁조차도 2호의 손에 밴 응가 냄새를 없애줄 순 없었다. 손톱까지 잘랐을 정도니… 어느 정도로 냄새가 났는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2호의 손에 은은하게 밴 호두 응가 냄새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건 현장을 목도하고 절망스러운 와중에도 이건 평생 추억으로 남겨야 한다며 왼손으로는 둘째를 안고 오른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었더랬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정말 감사하게도 쪽쪽이를 물고 있어 손을 빨지는 않았더라. ‘그저 난 촉감놀이를 했을 뿐이라구요 엄마!’ 말 못하는 용의자 2호는 억울할 따름이다. 정말이지 다시는 상기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이 조용할 때, 절대 방심해서는 안된다. 새우깡을 먹던 1호가 쏘서를 타는 2호에게 스르륵 다가가 “까까 머귤래?” 하며 새우깡을 입에 넣어준다던가, 2호가 형아의 크레파스를 다 쏟아서 빈백에 색칠한다던가 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같이 사고를 칠 때는 또 두 형제가 어찌나 마음이 잘 맞는지 (···) 아직 너무 어린 아가들인데도 그렇게 손발이 척척 맞는다. 새우깡을 먹여주는 형아, 그걸 또 넙죽 받아먹는 동생의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앞선 두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자잘한 사건들은 사건 번호를 붙여주기에는 귀여운 수준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사고를 칠지 예상할 수는 없지만 아니 하고 싶지도 않지만(···) 호두 응가로 촉감 놀이한 것보다 더 심하랴.

먼 훗날 아이들이 더 커서 너희 어릴 때 이런 사고들을 쳤었다고 이야기해주면 기억이 안 난다며, 그럴 리가 없다며 발뺌하겠지? 엄마, 아빠에게 거짓말 하지 말라며 발뺌할 때 엄마는 이 증거 사진을 당당히 보여 줄 테다!

💬 글감으로는 남기지 못했지만 사실 1호가 지금보다 더 아가였을 때 호두가 쉬한 배변패드 뒤에 철푸덕 누워 참방참방 오줌을 가지고 놀았던 일화도 있답니다… 🤣 다른 집 개구쟝이들은 어떤 사건 사고로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해주나요?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24개월 1호와 5개월 차 ����이 2호, 10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