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는 언제부터 가을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불어오는 바람이 반가워질 때인 것 같아요. 가을은 바람이 참 좋은 계절이잖아요. 다른 계절에 부는 바람은 앞머리를 헝클어 뜨려 달갑지 않은데, 이마를 간지럽히는 가을 바람은 늘 기분이 좋아요. 아직 땀은 삐질 나지만 바람은 선선하고 어느새 매미 소리 대신 풀벌레들이 우는 가을이 시작되었네요.

써니의 편지에서 일상 속 다정함이라는 단어가 나왔잖아요. 그래서일까요? 사소해서 지나칠 법한 일상 속 다정함들이 마음을 자주 두드린 것 같아요.

지난 주말 남편과 포항의 어느 산 속에 있는 산장 같은 카페에 다녀왔어요. 산 아래를 조망할 수 있는 데크 좌석이 매력적인 곳이랍니다. 아마 써니는 이미 봤을 거에요. 자연을 좋아하는 써니가 좋아할 것 같다며 남편과 함께 가보라고 얼마 전 추천해준 그 곳이거든요 🙂 

오픈 시간에 맞춰가서인지 크게 붐비지 않아 덕분에 마지막 여름의 한 장면을 차분히 감상할 수 있었죠.

초록이 한껏 펼쳐진 풍경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다 테이블 한 켠의 바구니 속 한가득 담긴 빨간 사과를 발견했어요. 마치 정물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사과가 너무 새빨갛고, 풍경 속인 사과 바구니가 한 자락 그림 같더라고요. 저 사과는 뭘까? 카페 입구에서도 보았는데 장식인 걸까? 궁금해 하고 있었어요.

카페 사장님께서 저희가 주문한 가래떡 구이와 홍시스무디를 가져다 주셨을 때 비로소 의문이 풀렸어요. "손님들 한 알씩 가져가시라고 놓아두었어요. 집에 가기 전에 잊지 말고 챙겨가세요." 이 곳까지 와준 손님들을 위해 사과를 내어주는 다정함이 이 곳의 멋진 풍경만큼이나 기억에 남아요.

사과 한 알을 들고 와서 보니 어느 부분은 푸릇하고 어느 부분은 새빨갛더라고요. 판매용 사과는 일정하게 빨간 빛깔을 내기 위해 반사판을 이용한다고 하잖아요. 이 곳의 사과는 판매용이 아니라 어쩌면 직접 기르신 것이 아닐까? 땀 흘려 키우셨을 노고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마음 속으로 감사 인사를전했어요.

또 다른 일상 속 다정함들도 얘기해볼께요. 비가 와서 걷기 싫어 택시를 타고 출근하던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 

회사에 거의 다 도착해 주섬주섬 내릴 채비를 하니 우리네 엄마뻘 되시는 기사님께서 “내릴 때 바닥에 물 없나 잘 보고 내려요~” 하시더라고요. 그 한 마디가 왜 그리 제 마음 속에서 맴돌았을까요? “안전 벨트 매라”, “내릴 때 밖에 차 없나 단디 보고 내려라~”, “ 옷 배린다. 조심해서 내려라” “밥은 먹고 다니나” 어릴 땐 잔소리라고만 생각해 대충 대답하고 말았던 아빠의 걱정 어린 말들이 생각나는 아침이었어요.

다정함에 마음이 훈훈해진 한편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한 문장이라도 진심을 담아 다정하게 건넬 수 있는 분들은 어떤 삶을 사시는 걸까 궁금해지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형식적인 인사는 꼬박꼬박 내뱉었어도 진정 마음을 담은 인사를 나는 하고 살았던가? 그 날 아침에 쉬이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을 저에게 던졌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올해 상반기 내내 저를 괴롭히던 피부염이 또 재발 했지 뭐에요. 두 달 동안 멀쩡해서 이제는 완치가 된 것 같다며 방심했던 탓일까요.

오랜만에 한의원에 방문했어요. 제가 다니는 한의원은 원장님도, 간호사 선생님도 진심으로 환자와 마음을 주고 받는 곳이라 그런지 단골들이 참 많아요. 서로 안부를 주고 받는 대화를 듣고 있자면 마치 동네의 사랑방에 온 것 같달까요.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이 곳을 소개할 때면 저도 모르게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표현할 만큼 정겨운 곳이에요. 

지난번에는 제 피부에 온천물이 효과가 있을 거라며 직접 받아온 온천물을 커다란 페트병에 담아주셨는데, 이번에는 귀한 약수물을 챙겨주려고 기다렸다며 한 병은 피부에 뿌리고 한 병은 마시라며 건네주시더라고요. 아침 안 먹고 회사 간다고 주섬주섬 삶은 고구마까지 넣어주시면서요.

매번 챙겨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페트병에 붙은 ‘드디어 가을이 왔어요’, 스마일 스티커와 직접 적은 메모로 또 한 번 다정함을 느꼈답니다. 예전의 저라면 ‘음.. 나한테 왜 이렇게 까지 잘해주실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제는 대가 없이 챙겨 주시는 마음이 그저 감사하게만 느껴져요. 써니의 말처럼 일상 속에서 대가 없는 다정함을 느끼는 게 참 귀하잖아요.

그리고 업무가 밀려 자진해서 토요 출근을 한 어느 날이었어요. 우리가 지난 달 함께 커피를 배운 곳에서 핸드 드립 커피를 주문했는데 “아이고~주말에도 일 하냐며” 며 선생님께 전화가 오더라고요. 그리고 도착한 커피를 보니 제가 주문한 커피와 빵 외에도 다른 커피가 한 잔 더 들어있었어요.

챙겨주신 커피도 감사하지만, 종이컵에 적힌 필체를 보니 감사함이 더 진해지는 것 같아요. 문득 필체에는 표정이 있다던 지오의 말이 떠오르네요. 그래서 필체를 보고 선생님의 얼굴과 음성이 떠올랐나봐요.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일을 하면서도 일상 속에서도 곳곳에서 다정함을 이렇게 자주 만나는데 과연 나는 받은 만큼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되네요. 써니는 마음을 잘 표현하며 살고 있나요? 최근에 어떤 계기로 누구에게 마음을 표현했는지 궁금해지네요 🙂

From. 써니의 마음이 궁금한 메이로부터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