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받은 답장을 읽으며 메이는 정말 세심한 사람인 걸 다시끔 느꼈어요. 택시 기사님의 배웅 인사까지 흘려 보내지 않고 다정함이라는 마음 안에 차곡차곡 쌓아놓는 걸 보면서요. 

내가 택시를 타고 내릴 때에는 어땠었는지 생각해보았어요. 저는 택시를 타고 내릴 때면 “감사합니다.”하고 내리는데요. 그 후 기사님의 배웅을 받은 적은 있는지, 나의 말에 대답을 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더라구요. 주고 받음을 기대하지 않는 습관적인 인사말이었어요. 어찌보면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지나쳐 가는 사람들에 대한 정성스러운 감정 소비는 불필요한 것이라는 계산적인 생각을 가지고 지냈던 건 아닌지 생각해봐요.

저에게 마음을 받은 만큼 잘 표현하고 있냐고 물었었죠? 사실 생각해보면 저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받는 것도, 또 표현하는 것도 서투른 사람인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오늘 뿐은 아니에요. 얼마 전에 부모님과 식사를 하러 갔을 때였어요.

그 날, 엄마가 어렸을 적 이야기를 꺼내시더라구요. 엄마는 어렸을 적 아주 가난한 집의 장녀여서 한 번도 외식을 해본 적이 없었대요. 외할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못해서 일을 하지 못했었고 외할머니는 이 밭, 저 밭 소일거리를 도우며 생계를 유지했어요. 엄마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 친구들이 모두 놀러갈 때 엄마는 외할머니가 소개해준 공장을 갔대요. 한 사람이라도 돈을 벌어야 다섯 식구가 먹고 살 수 있었거든요. 달마다 받는 월급은 모두 집으로 가져다 주어야 했고 버스비도 아까워서 3시간은 훌쩍 넘을 거리를 걸어다녔어요. 

가난한 시절 하루를 살아내느라 먹을 것도, 입을 것도, 탈 것조차도 사치였던 그 시절 속에서는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가족 간의 표현까지도 사치였대요. 이 얘기를 하던 엄마의 말에서 뜻 밖에 말이 흘러나왔어요. 

"그래서 나는 애들한테 참 미안해. 내가 표현하는 걸 못배워서 애들한테도 사랑한다고 말해 본 적이 없어."

옆에 앉은 나를 보며 하는 말이 아닌, 아빠에게 하는 푸념 같은 말이었어요. 옆에 뻔히 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서툰 표현이었지만 나에게 하는 말이라는 단번에 느꼈어요. 그럼에도 아무 말도 못했어요. 웃으며 괜찮다고 엄마 마음 다 알고 있다고 말해야하는데 말을 못해 속으로 삼켜냈어요. 32살의 대응이라고 보기에 참 서투르죠?

저는 어릴 적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초등학생 시절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었거든요. 정말 열심히 썼어요. 쓸 때만큼은 이 편지를 보면 엄마, 아빠가 참 좋아하겠다. 생각을 하면서요.

그런데 편지를 들고가면 고맙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담긴 그 편지를 차마 보여드리지를 못하는 거에요. 결국은 책상 구석에 편지를 넣어두곤 했어요.

메이, 혹시 금쪽같은내새끼 보시나요? 저의 최애 프로그램이에요. 이 프로그램을 챙겨볼 때면 남편이 늘 이걸 왜 보는거야?하고 물어와요. 아직 아이도 없는 제가 이 프로그램을 챙겨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아이의 행동이나, 마음을 교정해주는 육아프로그램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모의 삶을 보면서 저 또한 배울 점이 참 많더라구요.

오박사님이 단골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마음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것도 배움이 필요하대요.

좋아한다, 고맙다고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올바른 표현 방법 또한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해요.

고마울 때는 이야- 정말 고마워! 너 덕분이다. 라고 말해주는 것.

미안할 때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기분이 상했다면 정말 미안해.

32살 금쪽이는 표현하는 것이 익숙해지기 위해 가까운 사람에게부터 연습하고 있어요. 요즘 엄마도 늦깎이 금쪽이가 되어 표현 공부를 하고 있나봐요. 얼마 전 갑작스런 고백에 눈물을 찔끔 흘렸답니다.  어때요? 어색하지만 엄마와 저, 다정해보이지 않나요? 

메이의 가족은 서로 표현을 잘하나요? 메이는 작은 것에도 표현을 참 잘하는 사람이라 메이의 가족들도 그런 사람들일 것 같아요! 그렇죠!?

FROM. 메이의 다정한 표현의 원천을 탐구하는 써니가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