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첫 날인데 왜 이리 더울까요? 낮 기온은 30도를 육박해 여름 옷과 가을 옷을 넘나들고 있지만,매일 아침 출근길에 보는 나무들이 노르스름해지는 걸 보면 그래도 제법 가을 분위기는 나는 것 같아요. 써니는 가을이 찾아오면 즐겨 듣는 노래가 있나요? 저는 가을이 찾아오면 반복 재생하는 곡이 2개 있어요. 🙂

낮에는 주로 Eddie Higgins Trio의 'Autumn Leaves' 라는 연주 곡을 반복해요. 빠른 템포의 재즈 피아노곡인데, 전주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두근해지면서 우수수 떨어지는 노란 은행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밤에는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라는 곡을 좋아해요. 첫 소절의 가사부터 반했던 곡이죠.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말을 이렇게 서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급한 성격 탓인지 애정 하는 노래들이 대개 전주부터 오! 하는 느낌표가 뜨는 곡들이 많아요. 잔나비의 곡은 대중적인 노래라 알 거 같은데, Autumn Leaves 도 꼭 한 번 들어보세요! 😊

저희 가족들은 표현을 잘 하냐구요? 저희가 사는 곳이 경상도라 그런지 가족 간의 살가운 대화가 부족한 집은 비단 써니와 저희 집 뿐만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친구네 집을 봐도 다 비슷한 것 같고요. 살가운 표현은 없지만 행동으로 챙김을 많이 받아서인지 표현의 부재를 느끼면서 자라진 않았던 것 같아요. 

30대 언저리에 접어들었을 무렵부터 '아- 우리 집이 표현이 풍부한 집은 아니구나.' 느끼기 시작한 것 같아요. 소위 말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핫플 카페에서 친구처럼 이야기하는 모녀를 봤을 때, '아 저 집은 엄마랑 카페 투어 할 만큼 친하구나.' '되게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하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요. 생각해보면 저는 직장에 다니게 된 이후에 부모님이랑 내 감정까지 미주알고주알 풀어낼 정도로 대화해본 적이 잘 없는 것 같거든요. 주로 감상이 빠진 그 날 있었던 일 중심이었고, 그마저도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잘 하지 않았죠. 감정까지 다 풀어놓기엔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쑥스러운 느낌이랄까요? 

결혼을 하고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된 후부터는 더 대화 소재가 풍부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랜만에 만나면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나" 어렸을 때부터 밥을 잘 안 먹어서 속을 썩이는 아이여서 그런지 아직도 밥 얘기가 끊이질 않아요. "일을 할 만하나" "몸은 이제 괜찮아졌나" 라는 걱정 섞인 물음에 늘 '괜찮다' 는 단답으로 일갈하곤 했어요. 생각해보면 저도 써니처럼 학창 시절 어버이 날에 쓴 편지를 끝끝내 전달하지 못하는 금쪽이 중 하나였네요. 

주변에서 다정하다는 말을 제법 듣는 편이지만, 확실히 표현이 풍부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편지 쓰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인데, 이것도 어쩌면 평소에 하지 못한 표현에 부채를 느껴 편지로나마 공들인 마음을 꾹꾹 눌러 쓰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올해 초 "당신은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인가요?" 라는 주제의 매거진을 읽은 적이 있어요. 이 주제를 보고 정체를 들킨 것 같아 흠칫했죠. 마치 그 문장이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사는 저를 나무라는 것 같았거든요. 

그 문장이 주는 여운이 꽤나 짙어서 먼저 하루에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어요. 그 연습의 일환이 써니도 잘 아는 메이레터에요. 저희 회사에는 팀장과 팀원이 한 달에 한 번, 면담을 가지는 시간이 있잖아요? 면담이 끝나면 내용을 파일로 정리해 당사자에게 전해주곤 했는데, 그 파일 밑에 00월의 메이레터라고 이름을 붙이고, 편지로 마음을 전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시작하기 전에는 매 월마다 적을 말이 있을까, 하다가 안 하면 중간에 그만두면 안하니만 못한 게 아닐까 고민했었더랬죠. 고민이 무색하게도 매 달 적을 말이 없다고 느껴본 없이 열 달이 흘렀네요. 

제 때 표현하지 않은 감정은 휘발되지만, 제 때 표현한 마음은 곱절이 되는 것 같아요. 고맙다는 말을 쓰면서 고마움이 더 진해지는 걸 보면요!

써니 말처럼 표현도 배워야 하는 것 같아요. 더불어 저는 요즘 휴식도 연습하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휴식이라는 게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지만, 다른 일들에 밀려 뒷전이 되기 쉽잖아요. 제가 요즘 구독하고 있는 뉴스레터에서 휴식도 제철이라며, 오늘의 휴식을 내일로 미루면, 일상이 금방 상해버린대요! 

써니가 생각하는 휴식은 무엇인가요? 오늘은 어떤 자그만 휴식을 자신에게 선물했나요?

From. 써니의 휴식이 궁금한 메이로부터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