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이들에게는 애착 물건이 있다. 첫째의 애착인형 이름하야 고식이 (상표에 GOSIG 이라 적혀있어 고식이가 되었다.) 그리고 둘째의 애착 담요. 첫 아이를 임신 후 애착 인형으로 유명한 젤리캣과 이케아 멍멍이를 포함해 많은 인형을 선물 받았다. 그 인형들은 아이가 잘 자기를 바라는 엄마의 바램과 함께 아기 침대 옆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잠이 들랑말랑 혹은 깰랑말랑 할 때마다 멍멍이 인형의 부드러운 발바닥으로 볼을 쓰다듬어 주었고, 아이는 다시 스르륵 잠들곤 했다. 볼에 닿았던 멍멍이 인형을 기억하는 걸까. 하고 많은 인형중에서 이케아 멍멍이 인형이 첫째의 애착인형으로 간택되었다. 그렇게 고식이는 따박따박 걷기 시작할 무렵부터 늘 아이와 한 몸처럼 함께했다.

그 후 첫째의 인생에서 이별을 마주하는 순간에도 고식이가 함께했고, 그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인생 17개월 차 어린이집에 입소하게 된 첫째는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지게 되었다. 적응 과정에서 아이는 참 많이도 울었다. 고민을 거듭하다 어느 날은 어린이집 가방에 고식이를 넣어줬다. 문 앞에서 엄마와 헤어져 엉엉 울면서 들어간 아이는 가자마자 제 가방을 찾아 고식이를 꼬옥 품에 안고 다녔댔다. 그래서 그 당시 키즈노트 사진을 보면 늘 고식이와 함께다. 야외에서 물풍선 놀이를 할 때도 고식이를 끼고 다녔고, 낮잠 시간에도 고식이를 얼굴에 얹어 두고 잠들었다. 꼭 엄마가 해주던 것처럼 고식이의 보드라운 발바닥을 잡고는. 혹여나 숨이 막힐 새라 몇 번이고 선생님께서 아이의 얼굴에서 고식이를 치워 주셨댔다. 그렇게 아이는 놀 때도, 잘 때도 고식이를 늘 곁에 두며 어린이집에 무사 적응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이별의 순간은 22개월 차에 찾아왔다. 당시 첫째는 쪽쪽이를 하루 종일 하고 있을 정도로 그에 대한 집착이 남달랐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나의 불안함 때문에 쪽쪽이를 더 많이 물려줬던 것 같다. 짜증을 부리거나 칭얼거릴 때 쪽쪽이가 있으면 만사 괜찮아지니 쪽쪽이는 외출 준비물 1호이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다. 부연하자면 쪽쪽이를 깜박 잊고 나간 날, 차를 돌려 집에 갈 정도였다. 연년생으로 둘째를 출산하게 되면서 쪽쪽이를 끊을 타이밍을 몇 번이나 놓쳤고, 22개월까지 공갈 젖꼭지를 떼지 못했다. 드디어 굳게 마음을 먹고 쪽쪽이와의 이별식을 거행하고서는 근 한 달 간 첫째를 앉아서 재워야 했다. 둘째가 신생아였었는데 밤수를 아빠가 전적으로 담당할 정도로 쪽쪽이가 사라진 첫째는 엄마에게 집착했고, 길고 긴 밤을 고식이와 함께 엄마 품에서 잠들곤 했다. 이제 고식이가 없는 첫째는 상상 할 수 없게 되었고, 33개월이 된 지금도 너덜너덜한 고식이와 함께 잔다. 새 멍멍이 인형을 사줘도 무조건 누더기 같은 고식이여야만 하는 의리파라고나 할까.

둘째 때는 좀 더 간편한 애착물건이면 좋을 거 같아 계속 담요를 주었다. 세탁도 편하고 비슷한 재질이 많아 대체가 쉽기 때문에 인형보다 훨씬 편하다. 외출 할 때 들고 다니기도 편하고, 인형과 비교하면 세탁마저 간편하다! 들고 다닐 때 둘둘 말아서 쫙 묶으면 질질 끌리지도 않고, 카시트에서는 �d- 펼쳐서 주면 금세 잠들곤 한다. 굉장히 무던한 우리 집 둘째의 특성상, 그냥 비슷한 담요기만 하면 돼서 더 편하다. 집에서 담요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좀 피곤하면 담요를 바닥에 두고는 그 위에 코를 박고 눕는다. 거실 바닥이든, 매트 바닥이든, 토퍼 바닥이든, 장난감이 가득한 곳이든 상관없이 털썩 누워서 쉬다가 갑자기 잠들어버린다.

생각해보면 내가 우리 아이들만큼 어렸을 때, 베개를 참 좋아했다. 베개 밑 서늘한 그 감촉과 얼굴을 옆으로 돌렸을 때 반대편 볼에서 느껴지는 바스락거리는 차가운 면의 감촉.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고, 아직도 좋아한다. 괜스레 마음이 편안해지고 잠이 잘 오는 느낌이랄까. 우리 아이들도 똑같은 기분이겠지? 사실 첫째가 고식이가 없으면 울며불며 잠들기 어려워했던 적도 있어 애착 인형에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닌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했던 적도 있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점점 커가며 집착의 정도가 줄어들기도 했고, 다른 곳에서 자야 할 경우 애착 인형, 애착 담요만 챙기면 아~무 걱정 없이 자고 올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 고식이와 애착 담요만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어디서든 잘 잔다.

올 겨울 첫째는 아빠와 단둘이 캠핑을 다녀왔는데, 얼굴이 시려도 고식이를 꼭 껴안고는 꿀잠을 잤다. 24시간 엄마가 꼭 안아주고 함께해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때 애착 물건이 아이들 마음이 평안하게 해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고식이와 애착담요에 얼굴을 파묻고 부비적 부비적 냄새를 맡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다. 언젠가는 애착물건이 더 이상 애착물건이 아니게 되는 시절이 오겠지. 얘들아, 그저 천천히 자라 주렴-

(여전히 고식이와 함께인 의리남)

💬 애착물건이 애착물건이 아니게 될 만큼 컸을 때, 그때는 제가 더 고식이와 담요에 미련이 남을 것만 같아요 흑흑. 아이들이 훌쩍 커버렸을 때 이 담요와 인형을 보면, 언제고 젊은 율리아와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의 그때 그 시절이 재생될 것만 같거든요. 다른 집 아이들의 애착 물건은 무엇인가요? 😊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32개월 1호와 12개월 차 ����이 2호, 10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