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입춘이 지나니 확실히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어요. 제가 요즘 매일 한 장씩 넘겨보는 일력인데 ‘겨울 씨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날’ 이라는 표현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웃음) 정말로 이젠 겨울의 뒷모습이 점차 멀어지는 것 같네요. 

써니의 2월 소소 도전이 토요일에도 이어지는 걸 보고 깜짝 놀랐잖아요! (웃음) 최근 몇 년 사이 ‘루틴’ 이나 ‘리추얼’ 이 유행하고 있잖아요.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피곤한데 이젠 일상에서조차 자질구레한 루틴을 만들어야 하냐면서요. 루틴은 좋은 습관을 뜻하는 말로 좋은 결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일컫잖아요. 일상에서조차 나의 행동을 설계하고 반복한다는 게 일처럼 느껴져서 피로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알고 보면 거창한 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서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시며 유산균을 먹는다던가, 일어난 즉시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사소해 보이는 루틴도 있고 (사소해보여도 실천은 쉽지 않더군요.) 미라클 모닝처럼 새벽에 일어나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다소 거창한 루틴까지 제각각 이더라고요.  

피곤하게만 느껴지던 루틴이었는데, 주변에서 들려오는 좋은 후기들을 보고 생각을 달리 해보기로 했어요. 사실 따지고 보면 루틴은 죄가 없거든요. 하고 싶긴 한데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재고 따지는 마음 제 마음이 문제죠. 그냥 지나가던지, 아니면 루틴으로 시도해보던지 둘 중 하나를 고르면 되는데 말이죠. 

의지력이 강하지 않은데 내가 정한 루틴을 습관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 하기도 했었는데, 오히려 의지력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좋은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좋은 습관이 쌓이면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중력이 된다면서요 😊

올해 도전하게 된 여러가지 소소한 루틴들이 있지만, 오늘 써니에게 알려 주고픈 루틴은 “복을 짓는 마음” 이에요. 특정한 행동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조금 모호하긴 하지만요. 최근 제가 알게된 ‘복을 짓다’ 라는 표현을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아요. 1월부터 시작해 이맘때까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덕담을 참 많이 주고 받잖아요? 복을 받는 게 아니라 짓는거라니, 이 표현 저만 생소한가요? 불교에서는 새해 덕담으로 복을 받으라 하지 않고, 복을 지으라고 한대요. 복도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면서요.

물은 그릇을 먼저 채우고 난 다음에야 넘치잖아요. 복도 물의 성격을 띠고 있고, 그릇을 채워야 넘치게 되고 그래야 흘러 넘치는 복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거에요. 물론 복을 돌려 받기 위해서 지으라는 말씀은 아니었지만요… (웃음) 올해는 아주 자그만 돌탑을 하나하나 쌓아간다는 마음으로 복을 짓는 해를 보내고 싶어요.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다정할 것.’ 올해 복을 많이 짓고 싶은 메이의 다짐이랍니다.

얼마 전에 미리 주문해둔 떡을 픽업한 후, 택시를 탔거든요. 딱 저녁 시간 무렵이었어요. 포장해 온 떡 상자 안에 개별 포장된 떡이 가지런히 들어있었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하나를 까먹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우리 아빠뻘 되는 택시 기사님은 저녁 식사를 하셨을까? 써니도 알다시피 제가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라 평소라면 생각에만 그치고 선뜻 떡을 내밀지 못했을 거에요.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을 찝찝하다고 생각하시면 어쩌지 하면서요. 

그 날은 복을 짓는다는 표현이 생각나기도 했고, 너무 맛있는 떡을 기사님도 차 안에서 출출하실 때 드시면 좋을 것 같아 내릴 때 주섬주섬 건네드렸어요. “방금 픽업해 온 떡인데 정말 맛있어요! 출출할 때 드셔보세요😊” 마침 출출했는데 고맙다며 기사님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떠오르는 걸 보고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별 건 아니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사소한 다정함을 쌓아가는 한 해를 보내고 싶어요 🙂

써니, 우리 이브닝레터가 벌써 일 년이 다 되었다는 걸 아나요? 작년 입춘이 지난 이맘때 산당화를 사서 회사에서 함께 보았잖아요- 벌써 또 사계절을 돌아 산당화가 나오는 시즌이 왔더라고요. 그동안 벌써 우리가 주고 받은 레터가 27장이나 쌓였네요. 계절을 누리는 기쁨과 마음의 균형, 일상에서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한 법 등등 평소에 얼굴을 마주 보고 하기 어려웠던 건강한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돌고 돌아 다시 봄, 이제 이브닝레터는 막을 내리지만 아쉽지는 않아요. 시즌2 올맘님들과 함께하는 펜팔 프로젝트를 앞에 두고 있거든요! 시즌2 펜팔 프로젝트에서도 써니의 이야기를 기대할게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May & Sunny

그동안 이브닝레터를 읽어주신 올맘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때로는 사소해서 잔잔하고, 때로는 무거워 마음 뒤 편에 묻어둘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들을 ‘편지’ 라는 이름을 빌려 전할 수 있었습니다. 메이와 써니가 주고 받는 편지 형식이지만, 사실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어요. 우리 모두가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시즌2 펜팔프로젝트에서는 직접 올맘님의 우편함에 저희가 준비한 편지를 보내드리려 준비 중이에요. 23년 상반기 내 다시 돌아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