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퀘스트의 연속이다. 밤수 떼기, 이유식 초·중·후기 적응 시키기, 유아식 먹기, 말 틔우기, 어린이집 적응하기에 이어 최근 기저귀 떼기 라는 막중한 퀘스트에 돌입했다. 반 친구들이 하나 둘 기저귀를 뗐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도 ‘아이가 의지가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떼고 싶어 할 때 하지 뭐, 기저귀 떼면 더 귀찮은데(···)’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러 세 돌을 코앞에 두자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첫째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이 기저귀를 뗐다는 게 아닌가. 어린이집에서는 변기에 쉬를 하는 성공률도 높다고 하시니 기저귀 뗄 준비가 안된 건 아이가 아니라 내 마음이었나보다.

그 전까진 배변 훈련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둘째도 기저귀를 하고 있으니 집에 기저귀가 떨어질 날이 없었고, 두 아들 기저귀 갈아주는 게 너무 익숙해져 버린 터였다. 사촌언니한테 받은 아기 변기 하나 덜렁 마련해 놓고 기다리면 되겠거니 했건만(···), 어린이집 선생님께 자세히 배변훈련에 대해 배우고 나니 내가 무지한 엄마였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어린이집 겨울 방학 동안 기저기 떼기 특훈에 돌입했다. 어린이집에 있는 소변기와 집에 있는 아기 변기가 달라서일까. 영 어색해 하며 변기에 소변을 보길 거부했다. 엉덩이를 씻길 때 "쉬~~" 하며 바닥에 쉬를 하던 적이 있어 쉽게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배변 훈련에 돌입하자 아이는 질색팔색을 했다. 배운 대로 한답시고 한 시간마다 쉬를 누이러 가는 것도 아이를 지치게 만들었다. 팬티에 쉬를 하고 원초적으로 축축한 감각을 느끼면서 배변을 가리게 된다는 말에 기다려도 봤지만 하루에 갈아 입히고 빨아야 하는 팬티와 옷의 양이 너무 많았다. 이번에는 엄마가 지쳐버렸다. 

팬티를 입은 채로 쉬만 할 때는 그래도 그나마 나았다. 문제는 쉬와 응가를 동시에 해버리는 상황이었다. 기저귀를 할 때보다 더 묵직하게 추-욱 쳐져서 젖은 바지를 보면 나도 모르는 새 한숨이 새어 나왔다. 흘릴 새라 아주 조심히 욕실로 데려가 바지와 팬티를 벗겼다. 철푸덕 바닥에 응가가 떨어질 까봐 어찌나 노심초사 했던지. 다행히도 예쁜 똥이라 변기에 고대로 직행 할 수 있었다만, 조금이라도 질었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사실 나의 노고 정도는 백 번 참을 수 있지만 아이가 느낄 육체적, 정신적 불편함 때문이라도 기저귀 떼기 퀘스트를 하루 빨리 완료해야 했다. 한 날은 놀이방에서 놀다가 소변 실수를 해서 매트가 젖었다. 크림색 러그라 노란 소변이 고대로 드러났고, 둘째가 촉감놀이(?)라도 할 새라 큰소리로 첫째가 달려나갔다. “안돼! 안돼! 써노야! 만지면 안돼! 내가 닦으께” 동생을 등지고 빛의 속도로 물티슈를 뽑더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매트 위 소변을 열심히 닦아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짠하던지(···). 이후 몇 차례 배변 실수를 하던 첫째는 팬티를 입지 않고 기저귀를 입겠다고 또박또박 선언했다. 결국 겨울방학 기저귀 떼기 퀘스트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지! 최근 어린이집과 똑같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화장실 벽에 붙이는 남자아이용 소변기를 구매했다. 귀여운 첫째 전용 욕실화도 구매하고, 첫째의 눈높이에 맞는 수건 걸이도 부착 완료! 아기용 변기커버도 설치 완료! (어른용 변기에 앉겠대서 앉혀줬더니만 무섭다며 대성통곡을 하더라.)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고,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첫째를 기다려 주기만 하면 된다.

소변기를 설치한 다음날 아침, 기상하자마자 아빠와 손잡고 화장실로 가서는 처음으로 소변기에 쉬 누는 걸 성공했다. 온 가족이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칭찬을 한 가득 해주었다. 35개월 우리 첫째는 아직도 종종 “쉬 안해, 기저귀 할래.” 할 때도 있고,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쉬 하러 가자~ 하시면 “아니~ 나 기저귀에 쉬 할건데~” 라고 할 때도 있지만 이 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다. 다가오는 봄 방학에 엄마랑 같이 연습해보자꾸나. 목표는 3월 형님반 갈 때 팬티 입고 등원하기! 아자아자!

💬 육아는 퀘스트의 연속이라는 말 공감하시나요? 😂 산 넘어 산 같은 육아 퀘스트...

특히나 어려웠던 걸 생각해보면, 입이 짧은 첫째의 이유식 적응 시키기 퀘스트와 쪽쪽이 이별 퀘스트가 떠오르네요. 기저귀 떼기 퀘스트 끝나면 이제 둘째 쪽쪽이 이별 퀘스트 시작이에요.. 😂😂 올맘님들은 어떤 퀘스트를 앞두고 계신가요? 🤣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32개월 1호와 12개월 차 ����이 2호, 10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