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모든 게 처음이라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내 예상과는 차원이 다른 임신·출산·육아의 과정을 거치며 오롯이 첫 아이의 예쁨을 만끽하지 못했다. 하루하루 아이를 키워내기에 급급했고, 과연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지, 더 좋은 방법은 없는 지,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건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의 울음소리에 예민했고, 초보 엄마라 자주 안절부절했다. 

그렇게 17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둘째가 태어났다. 확실히 첫째 때와는 달랐다. 물론 한 생명을 보듬는 일은 한 번 해봤대도 여전히 힘들고 어렵지만, 한 번 해 봤다는 게 참 컸다. 첫째 때는 보지 못했던 신생아의 귀여움도, 새벽 수유를 하더라도 젖병만 얼른 꽂으면(?) 해결된다는 여유도, 응애~ 울어도 ‘네가 울어봤자지 우쭈쭈~’ 하는 여유도 비로소 둘째 때 가질 수 있었다. 날 때부터 여유가 깃든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봐서일까? 둘째는 보기만 해도 웃기다. 얼굴만 봐도 웃기고 뒤통수만 봐도 웃기고 자는 것도 웃기고 존재 자체가 웃기다.

요즘 우리 선선 형제의 난이 심해졌다. 형아가 가진 건 다 좋아 보이는 겐지 동생은 호시탐탐 형아 물건을 노리고, 형아는 동생이 노리는 물건을 사수하려 혈안이 되어 있다. 왜 육아 선배들이 형제든 자매든 남매든 똑같은 걸 두 개 사서 나눠주는 지 너무 이해가 된다. 하다못해 간식을 나눠주는 그릇까지 같아야 하니 원(···). 똑같은 그릇에 똑같은 양을 나누어줘도 형아가 천천히 간식을 음미하며 먹는다면, 동생은 냅다 입에 넣기 바쁘다. 제 몫을 후다닥 해치우곤 어느새 형아 그릇을 노리고 있다. 잠깐 형아가 한 눈 판 사이 얼른 제 입에 쏙 넣어버린다. 제 나름대로 머리를 쓴다고 형아 몰래 뒤돌아 입에 간식을 넣는 모습이 얼마나 웃긴 지 모른다.

하루는 첫째가 나름의 기준으로 장난감 자동차를 줄 세우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둘째가 돌진하더니 그 중 한 개를 얼른 집어 품에 쏙 숨긴 채 도망을 갔다. 바짝 약이 오른 첫째는 온갖 짜증을 부리고, 둘째는 아랑곳 하지 않고 베시시 웃으며 두 손에 장난감을 소중히 붙들고 도망갈 뿐. 그 모습이 어찌나 얄밉고 우습던지. 고작 숨는 곳이 이불 속이라는 것도, 수십 개 중 딱 하나 들고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 하는 모습도, 바로 형아한테 빼앗긴 후 대성 통곡을 하는 모습마저도 웃기고 사랑스러울 따름이다.

형아가 없을 때 혼자 놀이방에 들어가 형아 때문에 못 만진 장난감을 맘껏 만지고, 형아 의자에 앉아 다리를 통통 튕겨보기도 하고, 형아가 절대로 못타게 하는 붕붕이를 타면서 거실을 천천히 누비는 모습도 너무 귀엽다. 그렇게 혼자 열심히 놀다가 조용해서 돌아보면 어느새 침실에 누워있거나 거실 바닥에 누워 쉬고 있다. TV를 틀면 누구보다 빠르게 명당 자리에 착석하고,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밥 달라고 최애 숟가락과 포크를 휘적휘적 흔들고 있는 세상 귀엽고 웃긴 존재.

왜 이렇게 둘째는 웃긴 걸까 글을 쓰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첫째와 둘째에게 가지는 기대치가 달랐다. 말로 꼭 표현하지 않아도 은연중에 첫째니까, 형아니까, 이 정도는 알아서 해주었으면, 동생에게 양보를 해주었으면, 엄마를 덜 힘들게 해주었으면(···) 부끄러운 기대를 품고 있었다. 반면에 둘째를 향한 기대는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다. ‘넌 그저 건강하게만 커라~’ 끝.  

K-장녀로 자라며 버거웠던 부모님의 기대를 어느새 잊어버리고 나도 모르게 첫째를 K-장남처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를 대했던 것처럼 기대를 내려놓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첫째를 대했다면 좋았을까? 

설령 다시 그때로 돌아 간대도, 둘째와 첫째가 바뀐 채 태어났대도 결국은 똑같았을 것 같다. 둘째를 여유로운 마음으로 키울 수 있었던 건 첫째를 이미 키워봤기 때문이니까. 첫째 육아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초행길을 지도도 없이 발로 뛰어 목적지를 찾아가는 거라면, 둘째 육아는 구글맵에 목적지를 찍고 가는 것과 다름 없으니까. 그러니 다시 돌아 간대도 첫 아이를 둘째처럼 여유로운 마음으로 키우기는 어려운 일이다. 첫째에게는 둘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첫 사랑의 메리트가 둘째에게는 기대 없고 여유롭고 편안한 사랑의 메리트가 있는 것이다. 사랑의 크기는 같지만 모양이 다를 뿐이다. 그나저나 셋째는 둘째보다 더 귀엽고 웃기려나? 감히 궁금해 하지는 말아야겠다^_^..

보기만 해도 웃긴 우리 집 둘째^_^

💬 흔히들 둘째는 사랑이라고들 하잖아요? 정말 그렇더라고요☺️ 둘째들의 생존 본능인지 애교는 또 어찌 그리 많을까요! 지난 주는 첫째, 이번주는 둘째에 대한 글을 쓰며 느낀 건 첫사랑과 끝사랑 사랑의 크기는 같지만 모양이 다를 뿐. 결론은 첫째와 둘째 모두 사랑이라는 거... 💗 그나저나 올맘님네 둘째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셋째는... 아 아닙니다.. ^_^;;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36개월 1호와 16개월 차 ����이 2호, 11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