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이제는 정말 겨울이 왔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샛노란 은행잎은 오간데없고 앙상한 나무 가지만 남아 패딩을 입어도 몸이 움츠려 드는 걸 보면요. 써니도 알다시피 저는 원래 여름 너무 좋아! 겨울 너무 싫어! 파 잖아요. 늘 겨울이 다가올 때면 몸은 물론 기분까지 움츠러드는 것 같거든요. 날씨 따라 기분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 그런지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것도 괜시리 울적하구요.  

그치만 최근 읽은 책 속 구절을 보며 올해는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어요. 

"계절 속에는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해서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계절 안에서 아주 짧은 순간인 ‘지금을 살아간다."

춥다는 이유만으로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릴 '지금'의 겨울행복을 놓치지 않으려구요! 써니의 겨울에는 어떤 장면들이 있나요? 저는 보일러가 틀어진 따끈한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귤을 까먹는다거나, 마시멜로 한 조각 퐁당 띄운 핫초코를 마신다거나, 팥앙금 가득한 동글동글 호빵을 한 입 가득 베어문다거나, 보글보글 오뎅 전골을 끓여 메이오뎅바를 오픈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생각나는데... 어째 쓰다 보니 다 먹는 기쁨 밖에 없네요. (웃음) 무튼 이렇게 사소하지만 겨울만이 줄 수 있는 행복한 장면들이 있잖아요? 그런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올해 만큼은 겨울을 기쁜 마음으로 마중해보려고요 😊

지난 번 점심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던 때는 2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선명히 기억이 나요. 그 곳의 대화 카드를 통해 평소에는 잘 하지 못했던 질문을 던지며 대화의 밀도가 확- 달라지는 게 몸으로 느껴졌거든요.

지난 1년 간 가장 고마웠던 사람들 묻는 질문에는, 만약 그 때가 점심이 아니라 저녁 시간 이었다면 아마 저도 써니가 제일 고마웠다고 얘기 했을 것 같아요. 써니가 지난 달에 그런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잊고 있던 지난 시절의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참 고마운 것 같다고요. 일터에서 만났지만 7년이라는 세월이나 서로의 모습을 보아준 사이잖아요. 무엇이 바뀌었고, 무엇은 변하지 않았는지 다 알 뿐더러 이제는 바뀐 점도 바뀌지 않은 점도 품어줄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된 것 같거든요.

다른 고마운 점들도 참 많지만, 오랜 세월 함께 했다는 그 사실이 최고로 고맙더라고요.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책을 보고, 같은 공간에 있던 학창시절과는 달리 누군가와 인연이 오래 이어가기 위해서는 나 뿐 아니라 상대방의 노력과 의지도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는 걸 아는 나이가 되었잖아요. 매일 얼굴 보는 사이에 편지로 이렇게 끄적거리고 있는 거 보니 여전히 우리 둘 다 표현에 서툰 금쪽이네요. (웃음) 

지난 1년 간 마음에 남는 함께의 모먼트라.. 사실 너무 많아서 어떤 순간을 꺼내야 할까? 망설이다가 가장 최근의 우리가 함께한 서울 여행이 떠올랐어요. 마더스올에서 요즘 다정통신문이라는 소식지를 매달 출력해서 보내고 있는데, 다정통신문의 표지를 사내 사진 공모전으로 받고 있잖아요.

함께 갔던 문구점의 트리가 너무 예뻐서 사진 찍어서 다정통신문 표지 공모전에 낼 꺼라며, 서로 내 사진이 더 예쁘다고 우겨 대던 순간들도 훗날 떠올리면 사소해서 더 소중했던 함께의 모먼트 아닐까요?

써니의 말처럼 올맘님들과 함께의 모먼트도 빠질 수 없죠! 얼마 전에 그림책방 이벤트로 그림책 보내드린 올맘님들한테서 받은 수많은 답장들에서도 함께하는 마음을 느꼈어요. 본 시간이 얼마나 되었던, 얼마나 떨어져 있던 마음을 전하는 데 있어 그런 것들은 중요치 않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에요. 저 메시지를 받은 순간은 충만하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모든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있을 때도 물론 기쁘고 행복하지만, 충만하다는 감정은 함께 여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겨울의 시작과 함께 매 년 마더스올의 연례 행사인 연말 감사제가 다가오고 있네요. 5년의 세월의 더께가 쌓이다 보니, 행사 기간 동안 생긴 해프닝과 같은 함께의 모먼트들도 참 많네요. (웃음) 써니는 다가오는 겨울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나요? 더위에 약한 써니라 저보다는 행복한 겨울의 장면이 더 많을 것 같거든요. 

From. 써니의 겨울이 궁금한 메이로부터.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