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쓰는 첫 이브닝레터네요 😊 써니는 1월 1일을 어떻게 보냈나요? 저는 남편과 함께 부산의 해동용궁사에 다녀왔어요. 어쩌다 보니 매년 12월 마지막 날과 1월 1일을 부산에서 보내는 것 같네요. 

딱히 해동용궁사에 가야겠다는 마음은 없었어요. 계획 없이 푹 쉬자는 마음으로 숙소만 정해두고 온 부산이었거든요. 12월의 마지막 밤을 차분히 보내고 맞은 새해 아침, 이제 어디를 가볼까나 ‘부산 가볼 만한 곳’ 이라고 네이버에서 검색한 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의 해동용궁사 라는 장소를 골랐어요. 바닷가에 절이 있다고? 뷰가 참 예쁘겠다- 그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더랬죠.

와!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은 거에요! 새해에 절에 가서 소원을 비는 문화가 있는 지 몰랐어요. 사람 많은 곳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오늘은 이 북적북적함이 싫지 만은 않더라고요.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새해 첫 날, 기쁨과 희망, 감사와 같은 마음들을 품고 이 곳에 왔을테잖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의 그런 마음들이 공기 속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아서 오히려 좋았어요 🙂

오천원을 내면 알록달록한 양초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소원 비는 코너가 있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의 소원을 들여다보는 것 만으로 괜시리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 있죠!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착한(?) 마음도 들고요. (웃음) 삐뚤빼뚤한 글씨로 “배구를 잘 하게 해주세요.” 라는 귀여운 소원과 “엄마, 아빠 오래 살개 해주세요.” 아직 맞춤법을 모르는 어린이의 깜찍한 소원이 눈에 띄더라고요. 

소원을 빌어야 될 상황에 써니는 주로 어떤 소원을 비나요? 돈 많이 벌게 해주시고요..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시고요.. 이것도 해주시고요 .. 저것도 해주시고요.. 블라블라!@#$% 저만 이렇게 줄줄 읊는 건 아니겠죠? “엄마, 아빠 오래 살개 해주세요.” 라는 어린이의 소원 앞에 제 소원이 너무 세속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그냥 다른 소원들은 다 제쳐두고, “무탈하게 해주세요.” 딱 한 마디만 마음 깊이 바라고 왔답니다.

저는 종교는 없지만 종종 주어가 생략된 기도를 하곤 해요.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들을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것 같거든요. 올해 1월 1일은, 기도의 힘과 희망찬 새해의 힘이 합쳐져 좋은 기운을 얻고 왔네요. 혹시나 써니도 새해 소원을 빌지 않았다면 1월이 지나가기 전에는 꼭 빌어봤으면 좋겠어요! 때를 놓치면 무뎌지는,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마음들이 있잖아요 🙂

써니의 이번 생일은 캠핑장에서 보냈군요. 저는 언젠가부터 생일 주간에는 주말에 연차를 하루 이틀 붙여 제주도로 사라지곤 해요. (웃음) 생일이니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주도를 가야지 하는 마음은 아니고 한 5년 전 쯤? 우연히 제 생일 주간에 동생과 제주도에 처음 가게 되었는데요. 저는 여행하기 제일 좋은 계절이 5월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맘 때 간 제주 여행에서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 후로는 생일 주간에 맞춰 제주로 떠나 잔잔하고 평화로운 생일을 보내고 있어요 🙂 

써니의 생일 이야기를 들으며 누군가를 축하해주며 행복했던 마음도, 누군가에게 축하 받으며 행복했던 기억도 떠올랐어요. 왠지 모르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일 축하를 받는 것이 민망하고 쑥스러워 카카오톡에 뜨는 생일 알림도 안 뜨게 바꿔버렸는데, 앞으로는 축하를 하는 것도 받는 것도 더 적극적으로 해봐야겠어요! 

그러고 보니 ‘무언가를 기념하는 마음’ 자체가 주는 에너지가 참 큰 것 같아요. 꼭 생일이나 무슨무슨 데이가 아니어도 말이죠. 얼마 전 지오가 첫 출근 때 입은 옷이랑 똑같은 옷을 오늘 입었다며, 감회가 색다르다는 말을 했어요.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첫 출근 날이 어땠더라?’ 생각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날 내가 무슨 옷을 입었고 날씨가 어땠는지 그런 것들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거에요. 

유난히 바쁘고 힘든 날 좋아하는 떡볶이 순대 만두를 포장해와서 먹는 날을 ‘떡순만데이’ 라고 이름 붙여 기념하는 지오의 마음처럼 무언가를 기념하는 마음 자체로도 일상이 특별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써니는 혹시 써니만의 특별한 기념일이 있나요? 없다면 무엇을 기념해보고 싶나요?

From. 써니의 기념일이 궁금한 메이로부터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