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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맘님 :) 저는 마더스올의 써니라고 해요.

대개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더스올이라는 브랜드 속에서 활동을 주로 하다가, 이렇게 올맘님에게 저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얼마나 설레는지 몰라요. 얼굴을 뵌 적은 없지만 친근함이 느껴지는 사람과 글을 통해 대화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요? :) 마치 어떻게 생겼는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친구가 되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펜팔처럼요! 

저희가 ‘마더스올 서재’라는 콘텐츠를 기획할 때, 단순히 올맘님들께 책을 소개해 드리기 위함은 아니었어요. 그런 이야기 들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책장에 꽂힌 책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이 말은 그만큼 책의 취향과 책 속의 내용만 보아도 읽는 사람의 생각이 보이고 성격이 느껴질 정도로 책은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뜻해요. 그래서 결심했죠. 우리가 읽고 좋았던 책들을 올맘님께 보여드리고, 내가 느낀 생각을 공유하며 더 깊은 마음을 맺어보자고요.

그렇게 거창한 포부의 첫 시작을 제가 맡게 되면서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육아 중이거나, 임신 중인 분들이 마더스올을 많이 찾아주시니, 육아 도서를 소개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런데 인스타그램 속 연재되는 ‘#마더스올써니임신일기’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저는 아직 아이가 없기 때문에 육아 서적을 읽어 본 적이 없어요. (물론,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는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챙겨보고 있지만요. >_<

그렇기 때문에 제가 육아책을 읽고 소개한다는 것은 우리 첫 기획의 핵심이었던 ‘올맘님과 더 깊은 마음 맺음’이 아닌, 단순하게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로 변질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제가 최근에 읽으며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게 도와주었던 윤가은 영화감독의 ‘호호호’를 소개해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호호호’라는 책 제목은 저자의 친구가 저자에게 “너는 ‘호불호’가 아닌 ‘호호호’가 있는 것 같아.”하고 말한 대화에서 나왔다고 해요. 그만큼 저자 윤가은 영화감독은 뭐든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겠죠. 이 책은 저자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다양한 추억담과 고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영화에 대한 번아웃이 발단되어, 그것에 몰두하느라 잊고 지냈던 자신이 좋아하던 것들을 돌아보고 자신이 원하는 삶과 진짜 ‘나’를 찾겠다고 결심해요. 그리고 그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하였고 그것들이 모여 ‘호호호’라는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올맘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잘 알고 계신가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하루를 살아가기에도 바쁜 일상인데,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의미 있는 사색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시계도 보지 못할 만큼 바쁜 날이면 사색이란, 더욱이 사치스러운 단어일 뿐이었죠.

그런데 저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사치스러움을 너무나 신나게 즐겼어요. 저자의 추억을 따라 읽다 보니 자연스레 잊고 있던 내가 좋아하던 것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초등학교 하굣길에 있던 제비문구사, 문구사 한쪽에 있던 작은 방을 내 방처럼 드나들던 때. 그때 아저씨가 30대 중반쯤이었으니, 지금쯤이면 환갑은 되셨겠다. 어디서 뭘 하고 계실까?’ 또는 ‘나도 미국 하이틴영화 정말 좋아했었지. 어린 시절 사랑에 빠지게 했던 채드 마이클 머레이는 잊을 수 없어!’와 같은 추억 여행부터 ‘지금 나는 뭘 좋아하더라..? 재미있는 글감을 찾는 것? 요즘은 그림을 그리기도 좋은 것 같아.’와 같이 살아가느라 잊고 있던 현재의 나까지도 알차게 돌아볼 수 있었어요.

그 기분은 마치 기억 속 어딘가 먼지가 쌓인 채 묻혀 있던, 제가 정말 좋아하는 비디오테이프를 우연히 발견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누른 것 같았어요. 그렇게 마음이 가득 담긴 테이프를 한참이나 돌려 보고서 ‘내가 생각보다 좋아하던 것들이 참 많던 사람이구나!’ 스스로 감탄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난 후, 이 책의 마지막 챕터 속 저자가 걸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걸으며 자연스레 깨달았어요. ‘좋아하는 마음에 거창함을 담지 말아야겠다. 살아가며 마주했던 나의 평소에 늘 좋음은 존재했었구나.’ 앞만 보며 걷느라 미처 보지 못했을 뿐.

윤가은 영화감독도 이런 말을 해요. ‘어쩌면 나는 진짜 행복의 모습을 잘 몰랐던 것 같다. 길을 끝까지 걸어서 도착해야만 만날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착각했던 것도 같다. 오랜 시간 걸으며 깨달은 유일한 것이 있다면, 행복은 도착지에 있는 게 아니라 길 위에 있다는 진실이었다. 목표한 곳에 도달하기도 전에, 때론 목표한 곳 없이 떠돌아다녀도 나는 단지 걸을 수 있어 행복했으니까’ 이 구절을 반복해서 계속 읽었어요. 놓치고 싶지 않은 문장들이었거든요. 덕분에 지금도 제 마음에 가득히 남아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올맘님께도 이 책을 꼭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마치 폭우가 내린 다음 날의 물살과 같은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저 혼자만이 아니니까요. 모두 잠든 새벽, 아이의 울음에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수유를 하는 사람, 아이의 등원을 위해 아침 일찍이 눈을 떠 밥을 준비하고 아이를 씻기는 사람,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퇴근하자마자 급히 뛰어가는 사람. 꼭두새벽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바쁘기만 한 사람. 아마도 ‘부모’가 아닐까요?

바쁨에 지쳐 문득 ‘지금이 내가 원하던 삶이었던가?’ 생각이 들 때, 또 부모로 살다 문득 ‘나를 챙겨줄 시간이 없었나?’ 생각이 들 때 읽어보세요. 이 책이 올맘님이 잊고 있던 ‘나’를 들여다 봐줄 것이고, 지나쳤던 행복을 찾아 줄 거예요.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