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가족이 되어갑니다.

“아기는 우유만 먹을 수 있어~” 1호가 또 누워있는 2호의 얼굴 옆에 귀여운 주전부리를 놓고 갔다. 피식 웃음이 났다. 하원 후 1호는 간식타임을 가지는데 그때마다 제 간식을 꼬옥 손에 쥐고 역류방지쿠션으로 총총 달려가 2호의 얼굴 옆에 간식을 툭 떨어뜨리고 간다. 얼굴 옆에 놓인 간식은 어느 날은 꿀호떡빵이었다가 어느 날은 딸기였다가 어느 날은 과자가 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나눠 먹고 싶은 마음은 말 못하는 3살 아기도 똑같나보다. 우리는 식탐 많은 치와와 어르신 호두와 함께 사는데 1호는 간식을 먹을 때마다 곁을 맴도는 호두를 외면하지 못하고 먹다 남긴 간식을 툭 떨궈주곤 했었다. 그때마다 호두는 쏜살같이 과자를 물고 줄행랑을 쳤더랬지. 아마 동생도 호두가 그랬던 것처럼 제가 과자를 떨어뜨려주면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에 마음이 뜨끈해진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동생이 생겨 엄마에게 집착이 심해진 1호의 모습에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2호가 태어난 지 오늘로 130일, 분유를 빼앗아 먹기도 하고 쪽쪽이를 빨아보는 등 2호가 하는 건 다 따라 하던 1호는 어느 새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

간식을 나눠주는 것 외에 또 다른 1호의 애정표현은 흥이 나면 신나게 춤을 추다가 꼭 동생 손을 붙잡고 흔드는 것! 1호는 아기상어와 트니트니 노래가 나오면 항상 신나게 춤을 춘다. 엄마, 아빠와 셋이서 점프하고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다가 절정에 치달았을 때면 항상 2호에게 달려간다. 그리곤 바운서나 쿠션에 누워있는 2호의 손을 꼬옥 잡고 아래위로 열심히 흔들어준다. 2호가 자고 있을 때도 예외는 없다. “넌 누워 있으니까 내가 춤출 수 있도록 도와줄게” 라던지 “이렇게 신나는 노래가 나오는데 누워있다니. 너도 같이 춤추자!” 는 1호의 깜찍한 마음이 아닐까.

첫째가 보여주는 동생에 대한 사랑은 참 귀하고 감사하다. 동생이 태어나면 첫째는 마치 남편이 내연녀를 데리고 오는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다. 그 충격을 작은 아이가 견디고 동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견한지. 2호가 태어난 후 1호에 대한 애틋함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여전히 어린 아가인 1호가 2호를 사랑해주는 게 고마워서, 한편으론 나도 모르게 너에게 의젓해지는 걸 바랬던 게 미안해서. 앞으로 두 아이가 보여줄 다이나믹한 일상들이 기대된다. 연년생인 두 형제가 얼마나 싸울지 가늠이 안되지만 우리는 이렇게 가족이 되어가는 중이다.

💬 글을 쓰다보니 다른 집 엉아, 누나들이 동생에게 하는 사랑 표현도 궁금해지네요🥰 아이들의 깜찍한 사랑표현 방명록에 함께 공유해보아요😊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24개월 1호와 5개월 차 ����이 2호, 10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