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안 갈 꺼야!!” 악을 쓰며 첫째가 울었다. 그렇게 통곡하는 모습은 생전 처음이었다. “그럼 넌 오지 마!” 엄포를 놓고 휙 가버렸고, 첫째는 킥보드를 탄 채로 울며불며 따라왔다. 이런 광경을 이미 나는 알고 있다. 길에서 소리를 지르며 떼를 쓰는 아들과 똑같이 소리를 지르며 ‘그럼 넌 오지 마!’ 하고 기어코 저만치 앞서 가버리는 엄마. 그때는 ‘밖에서 왜 그럴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딱 내가 그랬다. (···) 아니 그보다 더 심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날은 우연히 동네 형아 집에 놀러 간 날이었다. 첫째는 본래 형아들을 좋아하는 아이라 형아 집에 놀러 간다는 사실에 들떴고, 그곳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휘황찬란한 장난감이 가득했다. 하필 둘은 장난감 취향이 비슷했고 성향도 비슷했다. 아이들은 곧 한 장난감을 가지고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짜증내는 첫째를 달래는 동시에 두 아이 밥을 먹여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아이가 계속 짜증을 부리니 받아주다 나도 폭발한 것이다. 자기 장난감이 아니니 얼른 포기하고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으면 좋겠는데, 자기 거라고 계속 고집을 피우니 답답했다. 아무리 설명해도 말이 통하지 않으니 화가 났다. 그런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싫었고, 유독 우리 아이만 고집부리며 떼쓰는 아이로 비춰지는 것 같아 속상했다. 실타래처럼 뒤엉킨 마음은 자꾸만 뾰족해지고, 결국 우는 아이를 붙들고 그 집에서 나왔다. 아니 도망쳤다. 남의 집에서 내 아이에게, 또 다른 사람들에게 더 큰 실수를 할 것만 같아서. 그렇게 나는 지하 주차장에서 아이를 향해 “그럼 넌 오지 마!” 소리 지르는 엄마가 되었다.

사실 그 일이 있었던 날, 오전부터 내 마음이 좋지 못했다. 개인적인 일이 생겼는데, 당장에 해결할 수 없어 혼자서 고민을 거듭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런 날에는 아무리 사랑하는 아이지만, 아이를 품어줄 수 있는 마음 그릇이 작아지고 만다. 다른 날이었다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평소처럼 똑같이 말하고 똑같이 행동하고 똑같이 우는 아이가 그날따라 예민 덩어리로 느껴져서 오전부터 차곡차곡 쌓였던 나의 힘듦을 아이에게 퍼부어버린 것이다.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하지 않겠다고 늘 다짐하는데, 가장 약자인 아이에게 또 감정을 쏟아붓고 말았다는 게 후회스럽고 실망스러웠다.  

그날 밤, 말없이 아이와 나는 서로를 끌어안은 채 감정을 추슬렀다. 그리고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언제 우리가 싸웠냐는 듯 배시시 웃으며 아이가 말했다. “엄마 괜찮아! 선준이가 있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솟구쳤다. 그저 좋으면 좋고, 싫은 건 싫은 4살짜리 어린아이일 뿐인데. 상황을 설명해 주고 다른 대안을 제시해 주고 달래 주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아니, 가장 먼저 형아 장난감이 좋았을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기만 했더라도 좋았을 텐데. 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아이의 편에 서지 못한 게 너무 속상했다.

이번 일을 겪으며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마음에 아이를 재운 새벽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더 이상은 아이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부모라면 아이를 사랑으로 온전히 품어주어야 하니까. 그렇게 후회와 다짐으로 얼룩진 반성문 같은 이야기를 이곳에 실어 보낸다. 나의 그늘이 아이의 그늘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 첫째가 소위 말하는 미운 네 살에 접어들었어요. 미운 네 살이라고는 하지만 대화가 잘 통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표현들을 엉터리로 쓰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했는데요- 그러다 이번에 미운 네 살이라고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되었네요... ^_^; 이제 자아가 생기면서 고집도 피우고, 떼를 쓰는 아이와 다투고 저처럼 마음이 복잡하신 올맘님들도 분명 많이 계실테죠? 제 글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의 에세이를 부쳐봅니다.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36개월 1호와 16개월 차 ����이 2호, 11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