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졸업과 동시에 정말 쉼없이 일만했던 그시절.
조리과의 비싼 학비를 감당하기에는 5가지의 장학금을 받아도 생활비 대출이며 이것저것 들어가는 돈이 많아 졸업하고 남은것은 1200만원의 대출금 이였어요. 집에서 도와줄 형편도 되지않았고 손벌리고 싶은 생각도 없던터라 여러 지역을 돌면서 많은 주방에서 쉼없이 일했던 그 때.
적은 월급 아끼고 저축하면서 악착같이 모아 사회생활 시작한지 1년 반쯤 됐을때 상환금 0원을 보고 출근하는 버스에서 울컥 눈물이 났었죠.

아마 이땐 그 학자금 대출이라는 빚이 저에게는 어떤 원동력이였나봐요.
빚이 모두 사라졌던 그날 후련함보다는 뭔가 허탈하고 허무한 기분이 드는게 이상했어요. 그래서 뭐라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중장기 펀드를 하나 들었어요. 여행자금으로 써야지 하면서 막연히 시작했었죠.

일만하던 사람은 쉬는게 더 힘들다는 말. 이직률이 높은 직종임에도 일주일 이상을 쉬어본 적 없이 퇴사 후 다음날 바로 출근인 적도 있을 정도로 여전히 쉼없는 나날을 보냈어요. 쉬는것도 쉬어본 사람이 쉰다고 그때의 저는 쉬면서 오는 무기력함이 너무 힘든 사람이였거든요.
그러던 때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고 생각보다 일찍 결혼 이야기가 오가게 됐어요.
문득 지금이 아니면 난 아무데도 갈 수 없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고, 그날 저녁 누워서 생각했던 침대 위에서 비행기표를 끊었어요.

스페인.
사실 이 곳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었어요. 얼마나 걸리는지 뭐가 유명한지 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막연히 떠올라서 정했어요.
평소에는 모든걸 계획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제가 그 땐 무슨 생각이였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떠올랐고 비행기표를 끊었고 그때부터 제 여행은 시작된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일하던 곳은 퇴사하고 정말 별다른 준비도 없이 스페인 여행책자 하나 덜렁 들고 혼자 떠나게 됐어요. 사실 저는 엄청난 길치라 주변에서 다들 말리고 걱정했어요. 너 혼자 갔다가는 국제미아될 수도 있다면서..(전에 일하던 호텔주방 직원 통로에서도 길 잃을 정도였거든요..ㅋ)

일단 해외여행 자체가 처음이였고 혼자 여행하는것도 처음이였고
그냥 모든게 처음인게 많았던 여행이였어요.
어찌저찌 환승을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바르셀로나.
태양의 도시라고 하는 그곳은 제가 도착하자마자 20년만에 이상기후라며 폭우와 천둥번개가 치고 있었어요..(제 징크스가 휴무때마다 비가 오는거였어요)

도보로 3분거리 숙소를 못찾고 폭우속에서 헤메던 처음 도착한 그날 밤.
아 그냥 집에 가고싶다라는 생각만 들었고 정말 힘들게 숙소를 찾아 그냥 뻗어버렸어요.
그리고 다음날 전날 저녁과는 너무다른 화창한 날씨가 계속 되었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벅차는 느낌이 들었어요. 혼자 이 멀리까지 여행온게 비로소 실감나는 느낌이였달까요?

저는 바르셀로나에서만 일주일을 머물렀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그냥 여유롭게 쉬다 가고 싶었거든요. (아마 길치라 돌아다니다가 길잃어 찾는데 시간 다갈꺼 같았어요)
그곳의 음식을 먹고 거리를 거닐며 사람들을 구경하고.. 사실 모든 순간이 7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하나를 고른다면
자전거를 대여해서 해안가 도로를 달릴때가 기억나요.
그때의 바람, 기분, 느낌.
저도모르게 와 행복하다 라고 말했거든요.
사람들이 이래서 여행을 오는구나 이런게 행복인거구나
아무런 생각없이 온전히 쉬는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아이 셋의 엄마로 살고 있지만
언젠간 또 기회가 된다면 그때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