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나' 자신이 사라지고 '엄마'로 살아간다는 뭐 비슷한 워딩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난 이해가 잘 되지 않았었다. 애들 돌보는건 그거고, 나를 위해 뭐든 하면 되잖아? 내가 왜 사라져.

막상 엄마가 되고 아이 둘을 낳아 키워보니 이제야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간다.
스스로가 뭐든 이해 잘 하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찍어먹어봐야 응가인지 아는 수준이었구나 싶다.

여느 때 처럼 유산균 사러 들어와서 홈페이지를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가 기억보관소에 들어왔다.
적혀있는 질문들이 모두 '나'에 대한 것인 걸 인지하자 이상하게 눈물이 맺힌다.
아, 그동안 잊고 살았었네. 나 자신.
남편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지내고 있었네.
마더스올 진짜 사람 주책맞게 만든다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의 모습.
생각해본 적이 있나 싶은 질문이다. 어디보자.
카페를 운영할 때엔 프로페셔널하게 손님을 대하고, 주문이 밀려들어올 때 침착하고 빠르게 직원들에게 지시해가며 음료와 디저트를 제공하던 모습이 자랑스럽고 좋았다.

지금도 장소와 상황이 바꼈지 맥락은 비슷하다.
4살 2살의 손 많이 가는 아이들을 프로페셔널(?)하게 착착 모든 일을 혼자 끝마치고, 밤잠까지 동시에 재운 뒤 위풍당당하게 거실로 걸어나오는 순간이 아주 기분 좋고 뿌듯하다.
남편은 워낙 바빠서 평일엔 주로 나 혼자 하지만, 혼자서 해내는게 힘들고도 성취감이 있달까.

이젠 '나'와 '엄마'는 떨어질 수 없기에, 엄마로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인다. 가끔 시간을 내서 나를 위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균형을 맞춰야겠다.

남들이 보면 그냥 애 키우는 '아줌마'이지만, 모두 각자의 집에서 엄마로서 매일매일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지 그려진다.
우리 엄마들이야말로 히어로지. 엄벤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