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벌써 우리가 제주에 다녀온 지도 3주 가까이 되어 가네요. 코로나 때문에 참 오랜만에 한 3박 4일의 즐거운 여행이 한 여름 밤의 꿈 같다고 생각했어요. 써니의 답장 속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다시금 기억 속의 제주로 돌아온 것 같아요 🙂

이번 제주 여행은 특별히 인상 깊은 한 장면이 있다기보다는 시시콜콜한 대화들이 담긴 모든 장면이 다 소중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써니의 말처럼 왜 원두 이름이 218이지? 로스팅 시간과 관련된 건가? 이런 저런 추측을 해보기도 하고, 문 손잡이 대신 돌이 붙어있는 걸 보며 저것 보라며 참 제주스럽다고 누군가 들으면 별 것 아닌 소재로 1시간 남짓 대화를 하기도 하죠. 제주도의 한 정갈한 찻집의 젊은 부부 사장님을 보고는 어떻게 차를 배우게 되셨을까? 왜 하필 제주로 오셨을까? 궁금해 하며 그들과 함께 대화를 이어가고요. 모든 개인과 사물은 고유하고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어 우리가 이렇게 시시콜콜한 소재로도 한참이나 대화를 이어갈 수 있나 봐요. 

제주 여행 첫 날이 [주간집들이] 첫 번째 발행일 이었잖아요. 하루 전에 수요일 오전 11시에 발행되도록 미리 설정을 해두고 그 날 저녁 숙소에서 올맘님들께서 남겨주신 다정한 방명록을 보면서 호들갑을 떨던 우리들을 생각하면 참 귀엽고 우스워요. 제가 애정 하는 서귀포의 풀베개라는 카페에 가서는 우리 브랜드도 이렇게 편안히 들러 올맘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 숨겨 놓은, 노 키즈존이 아닌 웰컴 키즈존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를 했었죠. 그러다 그 카페에서 판매하시는 독립 출판물인 육아 사진집을 우연히 발견해 1권 사고는 그 책이 너무 좋아서 올맘님들에게도 꼭 선물해드리고 싶다고, 온라인 서점에 팔지 않는 책이라 캐리어에 10권을 이고 갈까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하고요. 다행히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발견해 캐리어에 이고 지고 올 필요 없이 택배로 받아서 구입을 할 수 있었네요. 

마음의 고향이라···. 제주를 마음의 고향 같다고 칭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봐도 특별한 사연이 있지는 않네요. 써니가 알다시피 저는 여행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잖아요? 직장을 다니면서도 1년에 2-3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즐겼었죠. 사실 그 시절엔 제주를 좋아하진 않았어요. 아니, 관심이 없다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일 것 같아요. 같은 값의 여행 비용이라면 차라리 이국적인 동남아를 가겠다고 말하는 사람이었죠. 그래서인지 20대 끝 무렵에 접어 들어서야 처음으로 제주도에 오게 되었어요. 첫인상은 역시나 외국에 비하면 좀 심심한 것 같다 였고요. 

그러다 가랑비에 옷 젖는 지 모르게 언젠가부터 이 곳을 좋아하게 되었네요. 높은 건물이 없어 끝없이 이어진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을 보는 것도, 처음엔 투박하게만 보였던 구멍이 송송 뚫린 까만 현무암들도, 존재감이 없어 보이던 하늘하늘한 들꽃들도. 아이러니 하게도 결국 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건 처음에 제가 심심하다 여겼던 것들이더라고요. 이 전의 다녔던 외국 여행에서는 우와-우와! 하며 연신 사진을 찍어 대기 바빴던 것 같아요. 제주도에서는 풀, 하늘, 나무, 집, 꽃 같은 일상적인 제주의 풍경을 카메라보다 먼저 눈으로 담게 되더라고요. 가만히 그것들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지금 하고 있는 걱정들이 지극히 사소하게 느껴져 마음의 고향 같다 여기는 곳 이랍니다.

써니는 마음의 고향 같다 여겨지는 장소가 있나요? 이런 장소 하나쯤 마음에 품고 살면 실제로 가지 못하더라도 마음이 힘든 날 떠올리면 위안이 되더라고요.

근속 5주년 기념 리프레쉬 휴가, 부모님의 환갑 여행으로 저는 4월에 고작 일주일 텀을 두고 2번의 제주를 여행했잖아요. 써니와의 여행 코스도 사실 제가 이전에 여러 번 와봤었던 장소들이었고, 부모님과의 여행 코스들도 이전에도, 불과 일주일 전 써니와도 왔었던 장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한담해안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을 때 여기 와봤냐는 부모님의 물음에 한 대여섯 번은 왔을걸? 하고 답하니 갔던 델 왜 또 가냐며, 새로운 곳을 가야지 하는 아빠의 말에 좋아하는 곳이라서 그렇다며 짧게 답했지만 속으로는 어디든 좋은 제주도인데 왜 이렇게 비슷한 코스로 계획을 짰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한참을 곱씹다가 알게 되었어요. 나만 보기 아까워 함께 보고 싶은 풍경들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구나-. 그래서 연이은 2번의 제주 여행 동안 과거에도 몇 번이고 가봤지만 나만 보기 아까운 한담해안산책로를, 송악산 둘레길을, 사려니 숲길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한창 흐드러지는 벚꽃 앞에서 카메라를 들어 소중한 이에게 그 장면을 보내는 사람의 마음으로요. 우리 엄마들은 꽃이 피면 꼭 사진을 보내주잖아요? 그런 마음이 이런 거였구나, 이제 알게 되었어요. 

써니는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어떤 순간에 특히나 소중한 이들이 떠오르는 지 궁금해지네요. 벌써 연한 푸른 잎의 나무들이 어느새 울창해지고 걷기 좋은 계절이 왔어요. 더 더워지기 전에 이토록 예쁜 5월을 마음껏 누려봐요 🙂 

☕TMI

우리가 갔던 카페의 원두 뜻을 찾았어요! 이브닝레터를 쓰다 문득 다시 궁금해졌거든요. 217/318/420 앞의 숫자는 블렌딩 된 원두의 수+뒤의 숫자는 원두 블렌딩을 완성한 년도의 조합이라고 해요.

From. 써니의 선물이 궁금한 메이로부터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