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형아만 맨날 맨날 해애~!”

말을 잘 하게 되면서 억울함을 토로하기 바쁜 우리 집 둘째. 목소리에 억울해 죽겠다는 어투가 한껏 묻어 나온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잔뜩 찌푸린 미간이며, 입을 한껏 모아 쭉 내밀고 고개는 살짝 옆으로 기울인 채 엄마가 제 편을 좀 들어달라는 듯 애교가 섞여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다가도 웃음이 새어 나온다. 첫째가 하는 대로 따르기만 하던 둘째가 형아에게 반항 섞인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참 많이도 컸다.

두 형제가 같은 어린이집을 다닐 때는 첫째의 친구들이 둘째를 챙겨줬다. 선준이의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생이니까 큰형님반 형님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준 것이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첫째는 유치원에, 둘째는 여전히 어린이집에 남게 되면서 둘째가 모르는 형아의 친구들이 생겼다. 하원을 하면 둘째는 여전히 형아 친구들과 놀고 있지만, 유치원에서 만난 첫째의 친구들이 일면식도 없는 둘째를 챙겨줄 리 만무했다.

유치원 근처 공원에 위치한 놀이터는 유치원생들의 하원 후 필수 코스인데, 그곳에서 많은 친구들이 엄마가 챙겨준 간식을 서로 나눠먹곤 한다. 작년에는 늘 둘째도 끼여서 나눠 먹었고 오히려 더 많이 얻어먹기도 했는데, 이제는 얄짤 없어졌다. 같은 가방을 멘 유치원생들끼리만 이루어지는 간식 나눔의 장에서 둘째는 소외되기 마련이다. 그 장면을 빤히 지켜보고 있던 둘째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엄마! 누나가 이떠노는 왜 과자 안 줘?” 그 말을 듣고 정말 빵 터졌다. 어찌나 귀엽던지. 언제부터 이렇게 말을 잘했나 싶고, 자기한테만 과자를 나눠주지 않는 상황이 세상 억울하고 서운하고 이유가 뭔지 궁금한 둘째가 너무너무 귀여웠다. 둘째는 하원 후에 자기 친구들과도 못 놀고 형아 친구들 사이에 끼여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크는데 이제는 간식까지 못 얻어먹는다니. 우리집 먹보 둘째 입장에서는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날 때부터 두 번째라는 순번을 받고 태어난 둘째의 숙명은 기다림이다. 밥 달라고 앵앵 울어도 형아 응가부터 먼저 씻겨줄 수밖에 없었던 시절부터 기다림은 둘째의 것이었다. 그렇게 당연하던 일상 속 기다림에 언제부턴가 둘째가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엄마! 왜 형아는 맨날 맨날 많이 봐?!” TV는 하나인데 형아는 늘 로보트 나오는 프로그램이 보고 싶고, 동생은 형아가 보는 프로그램만 아니면 된다. 형아가 보고 싶은 것 먼저 그 다음 둘째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는 게 여태까진 당연했는데 요즘은 형아가 고른 프로그램이 시작하자 마자 “왜 형아는..." 으로 시작하는 불만을 토로한다. 이 말 속에는 형아가 고른 프로그램은 보기 싫고 내꺼만 보고 싶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으며, 왜 형아부터 고르게 해주느냐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늘 본인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실상은 희한하게 형아가 만지는 장난감이 재밌어 보이는지 꼭 탐을 내고 빼앗으려 해서 기다림을 요구하게 되는 건데 말이다. “선호야~ 형아한테 장난감 만져도 되는지 물어보고, 안된다고 하면 기다릴 테니 다 놀면 빌려 달라고 말해야 해~”

“엄마! 왜 형아만 맨날 맨날 해에에에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속으로 엄마는 맨날 자기 보고만 기다리라 한다고 불만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둘째는 태어날 때부터 항상 첫째를 바라보며 커왔다. 역류 방지 쿠션에 누워 있으면 형아가 불쑥 나타나거나, 이제 막 뒤집어서 열심히 기려고 하면 형아는 자동차를 들고 부릉부릉 바닥에서 놀고 있거나. 둘째 입장에서는 한 단계 성장을 해도, 늘 이미 앞서 나가는 형아를 매번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아예 따라잡을 수조차 없는 간극이라면 첫째는 둘째를 그저 귀여워해 주고, 둘째는 첫째를 동경할 수 있을까. 연년생 형제라 동생은 곧 형아를 제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 둘째의 성장 속도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몸무게는 역전을 했으니 말이다(···). 늘 자신보다 빠른 첫째를 보고 자란 둘째들은 또래보다 성장이 빠르다. 형제든 자매든 남매든 둘째는 첫째를 보고 배우고 익히고 자라서 인지 잘 먹고 잘 노는 씩씩한 아이들로 성장하는 것 같다.

며칠 동안 첫째가 폐렴으로 많이 아팠다. 잠들기 전에 아픈 형아 머리맡에 앉아 형아가 아프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고 “형아, 이제 괜찮아질거야.” 라고 위로를 해주는 둘째, 자기가 아파서 재밌게 못 놀아줬다고 아쉬워하는 첫째. 열에 아홉은 엎치락뒤치락 치고 받고 눈물 댓바람으로 싸우지만 열에 하나는 이토록 사랑스러워 키울 맛이 난다. 앞으로도 첫째의 숙명과 둘째의 숙명 사이에서 아웅다웅 다투겠지만, 서로의 존재가 누구보다 든든한 우애 좋은 형제로 자라나길 바래본다.

💬 하루에도 몇 번씩 "왜 형아만~~~" 을 외쳐대는 우리 둘째 😵‍💫 형제의 난의 서막은 아니겠죠? ㅋㅋㅋㅋ

객원 에디터  |  Yulia

꾸럭미 넘치는 20년생, 21년생 연년생 형제와 12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